“우리 區는 왜 안 주나?” 불평등 논란 불붙인 재난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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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역 일부 지자체가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주면서, 재정 상황이 여유로운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의 주민들 사이에 희비가 갈리고 있다. 일부 구에서는 주민들이 나서 그해 쓰지 못하고 남은 예산인 예비비를 재난지원금으로 돌려 달라고 요구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현금 지급 방식에 대해 찬반이 엇갈린다.


수영·남구, 올해 5만 원씩 지급
못 받은 기초지자체 주민들 불만
일부에선 “예비비로 달라” 요구도
지자체들 “예산 상황 어려워” 난색
현금 지급 놓고 전문가들 이견
“직접 혜택 좋아” “공적 사업 해야”


■3곳 5만~10만 원씩 지원금

부산 수영구청과 남구청은 최근 전 구민에게 긴급생활안정지원금을 1인당 5만 원 지급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주민들 재난에 맞먹는 피해를 본 것으로 보고 재난지원금 성격으로 지급한 것이다. 기장군청도 앞서 지난해 12월 1인당 10만 원을 전 군민에게 지급했다. 이들은 모두 구·군 예산으로만 지급했다. 이들 세 곳은 코로나19 첫해인 지난해 부산 지역 16개 구·군청이 모두 재난지원금을 5만~10만 원씩 나눠준 데 이어 두 번째다.

예산은 수영구는 88억 원, 남구는 134억 원, 기장군은 170억 원이 들었다. 수영구와 남구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을 대비해 편성하거나 모두 사용하지 못해 남은 예산인 ‘예비비’를 사용했다. 예비비는 지자체장이 기초의회 승인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다. 남구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기초의회와 협의 없이 진행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남구의회에서는 관계 공무원을 대상으로 생활지원금 지원 과정 등을 따져 묻고자 구정질의를 요구했지만, 과반인 여당 의원들의 반대로 그마저도 무산됐다.



■정작 필요한 곳은 안 줘

지원금을 받지 못한 나머지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 재정 상황이 좋은 ‘잘사는 곳’은 지원금을 받고, 정작 지원이 필요한 곳은 받지 못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한다. 일부 구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주민조직위원회를 구성해 예비비를 코로나19인 재난상황에 맞게 돌려 달라고 요구하기까지 한다. 주민조직위는 진보당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남·부산진·영도·연제구 주민조직위는 구마다 주민 1만여 명이 참여한 ‘우리 세금 어디 쓸지 우리가 결정’ 투표 결과를 공개했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5~10가지 안건 중 ‘재난지원금 지급’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조만간 동래구와 해운대구 주민 조직위원회에서도 주민투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데, 재난지원금 지급이 우선순위에 꼽힐 것으로 전망된다. 노정현 연제구 조직위 상임공동대표는 “주민들이 압도적으로 재난지원금을 원한다는 말은 그만큼 주민 삶이 힘들다는 것”이라며 “그해 예산은 그해 제때 써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남은 예산인 예비비는 주민 요구대로 재난지원금 형태로 올해 사용하는 것이 맞는다”고 밝혔다.

지자체들은 예산 상황이 여의치 않다며 난색을 보인다. 예상하지 못한 재난 상황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 예비비는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철훈 영도구청장은 “영도구민에게 5만 원씩 주면 약 56억 원이 소요되는데 이는 부산항 하부공간 캠핑장 조성 사업을 할 정도로 큰돈”이라고 말했다.



■현금 지급, 최선인가?

전문가들은 기초지자체가 직접 재난지원금으로 나눠줘야 한다는 점에 대해 찬반이 갈린다. 찬성 측은 지자체에서 시설이나 서비스에 대한 투자보다는 주민들에게 직접 혜택을 주는 현금 지급 방식이 좋다는 것이다. 부경대 이재권 행정학과 교수는 “시설이나 서비스 등의 사회복지로는 충분하지 못하고 주민에게 현금으로 직접적으로 혜택을 줘야 한다는 점은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 골목상권을 살리고, 국가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못하는 비공식적인 소상공인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대 측은 일회성인 현금 지급보다는 공적인 가치를 둔 사업의 형태로 주민에게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부산연구원 박충훈 박사는 “지자체에서 사정에 맞게 개인이 미처 보지 못하는 공적 가치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맞는다”고 강조했다.

김성현·손혜림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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