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37) 풍자와 유머… 시대를 읽는 힘, 최석운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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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운 작가(1960~)는 부산대 미술학과와 홍익대 미술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0년대 사인화랑에서의 전시를 시작으로 다수의 개인전·기획전에 참여하며 현재까지 활발히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석운은 ‘제3작업실’을 포함해 ‘부산사람’, ‘현존시각’, ‘거북의 날개’ 등 여러 미술 동인 활동과 전시로 부산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1980년대 한국 미술계는 소그룹 운동이 활발했던 시기로도 기록된다. 부산 작가들 또한 다양한 형태의 동인 활동을 통해 모더니즘과 민중미술이라는 큰 갈래에서 벗어난 또 다른 현대미술의 어법을 모색했다. 이는 부산미술을 이해하는 키워드 중 하나인 ‘형상미술’을 이룬 주요한 사적 움직임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최석운의 작품은 만화적 양식이 눈을 사로잡는다. 만화적 양식을 띈 작품이 주는 해학성은 ‘일상’이라는 주제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작가 특유의 작품 경향을 이룬다. 이와 함께 작가는 해학 속에 숨겨진 시대의 어두운 이면을 은유적으로 표상한다.

최석운은 김홍도, 신윤복 등 대중의 일상을 그린 조선시대 민화 작가들의 작품을 지속해서 연구해왔다. 화면에 등장하는 민화적 모티브들은 오랜 기간 축적된 연구의 산물로, 작가만의 시선으로 민화의 소재를 재해석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낮잠’은 1988년 작가가 부산에서 거주할 당시 제작한 작품이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작품의 단초가 되는 작품으로, 일상성·풍자·해학 등 최석운 작가의 작업의 키워드를 읽을 수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은 누런 장판 위 라면 그릇을 머리맡에 둔 채 낮잠을 자고 있다. 쥐와 바퀴벌레가 인물들의 평화로운 낮잠을 방해하려는 듯 인물들의 피부와 장판 위를 기어 다니고 있다.

엄혹한 정치 현실로 인해 자유롭지 못했던 1980년대. 이 작품이 그려진 시기는 군사독재 시대로 정치·사회적으로 혼란한 국면이 계속되던 때이다. 무기력한 날들이 계속되는 가운데 무더운 태양 아래 낮잠을 자는 인물들은 몽매한 대중의 의식을 상징한다. 인물과 함께 뒤엉켜 있는 해충인 쥐와 바퀴벌레는 이들의 일상에 침투하여 의식을 갉아먹는 어떠한 외부적인 힘을 상징한다. 김경미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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