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선망수협, 작업 인력난에 이례적 ‘탄력 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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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획물의 분류 작업을 진행하는 ‘부녀작업반’의 인력 부족으로 부산공동어시장 위판이 지연돼 어가가 떨어지자 결국 대형선망수협이 탄력 조업을 하기로 했다. 과거에도 어가가 떨어지면 선사들끼리 합의해 하루나 이틀 정도 쉰 적은 있지만 이렇게 장기적으로 탄력 조업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20일 대형선망수협에 따르면 월명기가 끝나는 다음 주부터 탄력 조업에 들어간다. 대형선망은 야간에 불을 밝히고 조업하는 특성상 달빛이 밝은 보름을 전후한 5일간은 월명기라 하여 조업에 나서지 않는다.

어획물 분류하는 작업반 부족
성어기 1일 10만 상자 처리 무리
다음 주부터 목~토 투망 금지
자동선별기 긴급 도입 검토 불구
일러야 내년 중반 이후 가능

탄력 조업은 목요일 오전 7시 30분부터 토요일 오전 7시 30분까지 투망을 금지한다. 대형선망수협 관계자는 “목요일에 작업을 하면 보통 금, 토, 일에 위판 작업을 하게 되는데 주말 특근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말에는 인원을 모으기도 어려워 이 같이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형선망은 매주마다 어획량, 위판 상태 등을 점검해 탄력 조업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대형선망이 이 같은 초강수를 두게 된 것은 성어기를 앞두고 어가가 엉망이 됐기 때문이다.

대형선망은 9월 말부터 8만~10만 상자 수준의 조업을 이어가고 있다. 10만 상자를 경매가 시작되는 오전 6시까지 처리하려면 1000여 명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작업을 하는 부녀작업반은 500여 명 정도로 최대 6만 상자 정도가 한계다. 수산물은 선도가 떨어지면 가격도 떨어진다.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추석 전까지 상등급 제품의 경우 kg당 7500원 선에서 거래됐지만 지금은 5000원 선까지 내려와 있는 상태다.

게다가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점도 대형선망의 탄력 조업 결정에 힘을 실었다. 대형선망, 부산공동어시장, 부산항운노조 어류지부 등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았지만 여러 이유로 간극을 줄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자동선별기를 긴급 도입하기로 검토 중이지만 이마저도 내년 중반 이후에야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3D 직업으로 분류되는 부녀작업반은 고령화는 물론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2019년까지는 부족한 인력을 외국인 노동자 고용으로 해결했다. 10만 상자 이상을 잡아도 원활히 위판이 진행됐던 이유다.

하지만 2020년 초 부산지방노동청에서 부산항운노조가 갖는 ‘국내근로자공급사업권’으로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부산공동어시장에 공급하는 것은 권한 밖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전체 50%에 달하는 500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의 투입이 어려워졌다.

반면 내국인들은 어시장의 일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아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대형선망 관계자는 “고등어의 품질과 어가를 유지하기 위해서 면밀하게 위판 현황 등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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