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자물쇠’ ‘풍선 인형’처럼 도시 속 숨겨진 세계 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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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보이지 않는 99%/로먼 마스·커트 콜스테트

‘사랑의 자물쇠’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세르비아의 한 작은 마을에 살던 ‘나다’라는 교사와 ‘렐랴’라는 장교에 관한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된 렐랴가 마을을 떠나기 전 다리 위에서 연인 나다와 사랑을 약속했지만, 그는 나다 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스에서 새 사랑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 뒤 이를 비통해하던 나다는 결국 죽게 된다. 이 비극에서 새로운 전통이 생긴다. 연인들이 자물쇠에 이름을 새겨 다리 난간에 걸어 잠그고 열쇠를 강물에 던져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누적 다운로드 5억 건 기록 팟캐스트 바탕
우리 주변 드러나지 않는 것들 상세 소개

파격 세일이나 신장개업을 알리는 ‘풍선 인형’이 있다. 가느다란 팔과 색색으로 칠한 얼굴 모습을 한 이 인형들은 대부분 송풍기 위에 비닐 풍선을 붙여놓은 형태다. 이 춤추는 풍선의 역사는 예술가 피터 민셜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막식에서 거대 인형들을 사용해 드라마틱한 장면을 펼쳤다. 그 뒤 1996년 미국 애틀랜타 개막식에도 사용했는데, 바람을 불어넣는 방식은 이때 처음 구상됐다.

누적 다운로드 5억 건을 기록한 인기 팟캐스트를 바탕으로 한 는 ‘사랑의 자물쇠’ ‘풍선 인형’처럼 도시 속 숨겨진 것들의 세계를 탐험한다.

우리는 도시를 말할 때 랜드마크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실제로 도시를 기능하게 하고, 도시민의 삶이 반영되는 것들 대부분은 눈에 띄지 않는다. 교통신호등부터 네온사인, 맨홀 뚜껑, 공원 벤치, 비상구 등 의식하지 못하는 사소한 것들이 우리가 걷고 앉고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관여한다. 이는 곧 도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이기도 하다.

주의 깊게 살펴보면 우리 주변에 드러나지 않는 세상이 있다. 길 가는 사람들이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도로 표지들, 불이 난 건물에서 사람들을 구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작은 안전장치들이 그런 것들이다.

우리가 공사 중인 도로에서 흔히 보는 스프레이 낙서는 1976년 캘리포니아 굴착 폭발 사고 이후 마련된 일종의 안전 암호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지나치는 교통표지판은 비바람에는 버티되 차가 부딪치면 쉽게 부러질 수 있도록 고안된 기둥이 받치고 있다.

책은 이처럼 으레 그 자리에 그런 생김새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이 도시민의 삶의 효율과 안전을 위해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마련되었음을 보여준다. 작은 조율들과 아이디어들이 뒷받침하기에 도시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일상을 매일매일 재발견하게 되고, 무료한 도시 풍경은 새로이 읽을 법한 것이 된다.

이제 우리는 횡단보도 앞 짧은 경사로를 볼 때면 휠체어 이용자들이 길을 건너는 간단한 행위를 쟁취하기 위해 기나긴 싸움을 했음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로먼 마스·커트 콜스테트 지음/강동혁 옮김/어크로스/504쪽/1만 9000원.

정달식 선임기자 do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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