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치 임단협 겨우 타결했는데 다시 힘겨루기하는 현대중 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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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2년 치 임단협을 가까스로 타결한 현대중공업 노사가 올해 교섭에서도 힘겨루기와 신경전을 반복하며 대치 국면에 들어갔다. 올해 임금협상마저 두 달 가까이 답보상태에 머무르자 벌써부터 파업 기운까지 감도는 분위기다. 현대중 노사가 또다시 교섭 장기화 수렁에 빠지는 건 아닌지 지역 사회의 우려가 나온다.

올 임협 12차례 교섭에도 이견
21일 중노위에 쟁의 조정 신청
사 측, 아직 협상안 내놓지 않아
노조, 조만간 쟁의 절차 밟을 듯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현대중공업 노조)는 21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노위가 노사 입장차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고, 조합원 투표에서 쟁의행위안이 가결되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해 8월 30일 임협 상견례를 시작으로 12차례 교섭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12만 304원(호봉승급분 별도) 인상, 성과급 산출 기준 마련, 연차별 기본급 격차 조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 측은 ‘노조 제시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협상안을 내놓지 않았다.

핵심 쟁점은 임금 임상 여부다. 노조는 최근 급증한 수주 실적과 재상장 등 호재가 많다며 기본급 중심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 측은 코로나19 여파와 후판 가격 상승 등으로 경영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낮은 기본급 때문에 조합원이 사고와 질환 발생 위험을 감수하고 연장 노동을 하고 있다”며 “(노조) 요구안을 전달한 지 상당 기간 지난 만큼 (사 측이) 검토와 고민할 시간은 충분히 지났다고 본다. 이제 회사가 납득할 만한 일괄제시안을 내놓지 않으면 투쟁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릴 경우 곧이어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할 방침이다. 특히 오는 11월 노조 지부장을 포함한 임원 선거가 예정돼 변수로 꼽힌다. 현 노조 집행부가 이번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라도 사 측을 상대로 교섭안 제시 등을 요구하며 압박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회사 입장에서는 선거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협상에 더욱 신중한 태도를 취할 수 있고, 교섭 기간 또한 길어질 개연성이 높다. 회사 관계자는 “오후 들어 노조가 쟁의조정 신청을 노동위원회에 접수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임협 타결을 목표로 교섭이 원만하게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앞서 회사 법인분할 갈등 등으로 2019·2020년 임단협을 2년 넘게 끌어오다가 올해 7월에야 마무리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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