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전쟁유적 연구에 ‘해양역사’ 빼면 안되죠”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윤미 부경대 HK연구교수

“부산에서 일제 강제동원과 전쟁유적을 연구하며 ‘해양’을 빼고 이해하려는 건 부산의 역사적 특성을 제대로 담지 못한 일입니다.”

15년간 일제 강제동원 유적과 피해자 조사 등을 주제로 부산에서 연구에 몰두한 부경대학교 인문사회과학연구소 김윤미 HK연구교수는 부산의 ‘해양역사’를 통해 연구의 새로운 전환점을 맡게 됐다고 말한다.

부산서 15년간 피해자 조사 등 참여
부산일보 ‘부산굴記’ 프로젝트 계기
도심 동굴 찾아 숨은 이야기 발굴해야

그는 “최근 경남지역 강제동원 유적에 대한 프로젝트를 마쳤는데,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부산의 특별한 점은 바로 부산항의 존재”라며 “타지역이 일상적인 군수물자 동원 차원의 강제동원 피해가 많았다면 부산은 부산항 방어를 위한 포진지와 항만 구축을 위한 강제동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일본 본토와 대륙을 연결하며 인적·물적 자원이 수시로 드나들었던 부산항의 역사적 역할이 크다는 것이다.

또 “바다를 통해 육지를 보고 부산을 보려는 시도로 연구의 외연을 넓힐 수 있는 확장성이 마련됐다”며 “일제 동굴 등 전쟁유적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오는 26일부터 열리는 세계해양포럼에서 김 교수가 속한 부경대 HK+사업단 등이 해양인문학 세션에서 준비한 주제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아시아의 바다와 해적, 그리고 콘텐츠’라는 주제를 정했다”며 “부산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게 재밌는 스토리를 더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일제 전쟁유적과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 건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진상규명위원회에 속해 거문도와 제주도의 군사기지 진상조사에 참여한 게 시작이었다.

2016년 당시 위원회 조사 결과 부산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는 총 7950명으로 집계됐다. 김 교수는 “일제강점기 우리 국민들의 노역 동원은 일상이었고, 집계된 수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며 “세월이 흐르며 피해자와 유족들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하루 빨리 전수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부산일보가 올 한 해 진행한 ‘부산굴記’ 프로젝트가 굉장히 반가웠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 동굴에 대한 기록은 일본 현지에 조금 있을 뿐, 우리나라에선 거의 사라져 장소만 남았다”며 “현장이 있어야 아픈 역사를 계속 기억해 이어나갈 수 있는데 ‘부산굴記’가 그 역할을 해줬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부산의 동굴은 탄광, 군사시설물, 방공호 등 여러 가지 목적으로 조성돼 동굴마다 지닌 이야기가 다양하기 때문에 왜 만들어졌는지, 어떻게 이용됐는지를 알아낸다면 우리 역사를 조금 더 깊게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부산굴記를 통해 도심 속에 숨은 동굴을 드러냈다면 이제는 동굴에 숨은 이야기를 발굴할 차례”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교수는 부산의 일제 전쟁유적 발굴 관련 조언으로 “전쟁유적 발굴이 일회성으로 그치곤 하는데 아직 파악하지 못한 동굴이나 유적들이 부산에 많다”며 “‘동굴을 찾아라’ 등 공모전을 통해 시민들이 직접 동네 주변의 동굴을 기록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