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상현실과 재활치료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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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성 동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동아대 다우미디어센터 소장

최근 주목받고 있는 가상현실(VR) 기술은 사용자에게 ‘몰입 경험’을 선사한다. 현실 시각의 재현을 통해 가상공간에 실재하고 있는 듯한 공간감을 제공하고, 콘텐츠와 상호작용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 시각과 청각을 초월하는 감각의 확장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몰입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는 향후 5년 이내에 산업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중요 기술 트렌드로 급성장할 것이다. IT 분야 리서치 기업인 가트너는 2019년 10대 전략 기술 트렌드 중 하나로 ‘몰입 경험’을 선정한 바 있다. ‘몰입 경험’을 이끄는 가상현실 기술은 앞으로 급격히 성장해 사회 여러 분야에 혁신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예측되는 분야 중 하나는 만성 뇌혈관질환 환자에 대한 재활치료 분야다. 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한 재활치료는 우리가 행동을 취할 때와 그 행동을 눈으로만 보았을 때 우리 뇌가 동일하게 반응한다는 ‘거울 뉴런 이론’에 따르고 있다.

거울 뉴런 현상을 일으키는 뇌파(뮤리듬)는 뇌의 공감 반응을 관장하는 감각운동피질에서 활성화된다. 현실 시각을 재현하고 높은 몰입 경험을 주는 가상현실 기술을 사용해 환자들의 감각운동피질을 자극하면, 실제로 운동재활치료를 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줘 뇌 가소성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필자의 가설이다. 이러한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재활치료는 환자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경제적 비용을 감소시키는 새로운 대안적 치료방안이 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뇌졸중 환자의 경우 1인당 1일 치료비는 평균 14만 원, 연간 진료비는 평균 928만 원에 달하며, 뇌졸중 신규환자의 장애등록 이후 25%가량은 4분위에서 1분위로 소득계층이 하향될 정도로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만성 뇌혈관질환은 사회적으로도 큰 비용을 초래한다. 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질환으로 인해 연간 9조 6000억 원의 진료비와 16조 7000억 원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소요되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만성 뇌 질환은 환자 개인과 가족의 삶의 질을 저하하며, 사회경제적 비용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가상현실 치료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VR 헤드셋을 사용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공간에서 스스로 재활훈련을 수행할 수 있어 치료 효과 측면과 통원 비용 절감 측면에서 매우 유리하다. 만성 뇌혈관질환 환자에게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재활 치료는 삶의 질 향상과 사회경제적 비용 감소를 위한 새로운 대안적 치료방안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가 재활치료의 대안으로 가상현실 기술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이를 하루빨리 적용함으로써 재활치료 산업에 혁신을 일으킬 수 있길 바란다. 신경생리학을 기반으로 설계된 가상현실 치료 영상 콘텐츠가 재활치료 분야에서 새로운 표준으로 작용하게 되면, 사회적·경제적 파급효과와 함께 대량의 일자리 창출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최초로 만성 뇌혈관질환 가상현실 콘텐츠 치료 시스템이 구축되면 한류 문화 콘텐츠뿐만 아니라 치료용 콘텐츠까지도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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