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 개선 비용, 오염 유발자가 부담하는 게 국제 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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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본 낙동강수계기금

수도료에 t당 170원씩 부과해 연간 2500억 원가량 걷히는 물 이용 부담금. 이 돈으로 조성하는 낙동강 수계관리기금을 대규모로 개선하는 작업이 20년 만에 시작됐다. 수계법 전문가들은 현재 진행 중인 ‘낙동강 수계관리기금 정책 포럼’(부산일보 9월 27일자 1면 등 보도)을 통해 한 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겠지만, 변화를 이끌어 낼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수계법 전문가인 부경대 행정학과 김창수 교수는 “수계관리기금의 근본적인 성격을 정비할 때가 됐다”며 “개선책은 장기적으로 ‘오염자 부담 원칙’에 입각해 제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의 수계 관리는 기본적으로 사용자 부담을 따르고 있다. 악화된 수질을 시민이 낸 부담금 등으로 개선하는 구조다.

시민에게 수질 개선 부담금
법률적으로도 정당성 약해
하수구 등 국가·지자체 업무
오염자 아닌 부담금으로 해결
기금 용도 결정 시민 참여 땐
사업 효율성 등 다방면 효과도


반면 스톡홀름 국제환경회의와 OECD의 지침은 ‘오염자 부담 원칙’이다. 오염을 유발한 주체가 문제 해결에 필요한 비용을 내놓는 게 국제 표준이다. 김 교수는 “수질 오염의 책임자가 아닌 시민에게 수도료와는 별개로 수질 개선 부담까지 지우고 있다”며 “법률적으로도 정당성이 약하다”고 지적한다.

수질 개선을 위해 걷은 부담금이 오히려 오염 시설을 늘리는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지금 낙동강 수계는 오염 총량 관리제에 따라 관리되는데, 수계기금으로 오염 정화 설비가 늘어나면 오염 총량에서 여유가 생긴다. 그만큼 공장 등 추가로 오염 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 실제로 낙동강 일대 산업단지 수는 2002년 102곳에서 현재 264곳으로 늘었다. 김 교수는 “이런 모순적인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련 법과 제도를 함께 고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수계관리기금 정책 포럼에 참여하는 외부 전문가들은 기초 환경 시설 설치와 운영을 위해 사용하는 기금 비중이 과도하다는 데 일치된 의견을 보인다. 하수구 등을 설치하는 건 국가 의무로, 시민이 별도 부담을 지는 건 법리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국가와 지자체의 업무를 물 이용 부담금으로 해결하다 보니, 상하수도료의 현실화나 오염자 부담 원칙 적용 등도 미뤄지고 있다.

부산발전연구원 백경훈 박사는 “물 이용 부담금을 도입할 당시 수계 내 기초 설비 등이 부족했다”며 “하지만 20년이 지나서도, 기금의 60%가 이런 식으로 쓰이는 건 애초 기금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시민을 배제한 채 지자체와 정부 기관이 기금 용도를 결정해 왔다. 주로 지자체들끼리 더 많은 기금을 받아내려 충돌하고, 정부가 지자체 간 갈등을 적당히 절충하는 식으로 20년이 흘렸다. 백 박사는 “기금 사용이나 부담금 부과 등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예외가 수시로 발견되는데, 이는 지자체들의 요구를 중구난방으로 수용한 결과”라며 “수계 관리의 원칙이 무너진 사례”라고 말했다.

시민 참여형 거버넌스 도입도 필요하다. 기금 정보가 시민에게 공개되고, 의사 결정에 시민이 참여하면, 기금 운영에 대한 긴장감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토지 매수 사업 등 개별 사업의 효율성 증대부터 오염자 부담 원칙 도입 같은 거시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동력 확보까지 다방면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백경훈 박사는 “수계기금 용도를 결정할 때 정작 돈을 내는 시민은 의사 결정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지적했고, 김창수 교수는 “네덜란드에선 직접 선거로 뽑힌 대표들이 물관리청 위원회에 들어갈 정도로 물 선진국들은 시민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환경부는 각 기관의 대표와 전문가로 구성한 낙동강수계관리기금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8월부터 상하류 정책 포럼을 3개월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 다음 달 포럼을 마무리하면, 결과물을 바탕으로 기금 개혁 로드맵을 만들 계획이다.

김백상·박혜랑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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