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와 분노 팔아먹었다”… 맨얼굴 드러나는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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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맞은편에서 한 시위 참여자가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를 비난하는 조형물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형물에서 저커버그는 ‘우리는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는 걸 알지만 상관없다’라는 깃발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회사의 이면을 들추는 내부자 폭로 여파로 인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유력 언론사들도 ‘언론사 컨소시엄’을 구성해 페이스북 실상을 고발하는 기획 보도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전 매니저 하우건 폭로 실상
미국 언론들 집중 기획 보도
하우건, 영국 하원서도 증언
창업자 저커버그 최대 위기

CNN은 25일(현지시간) “전 페이스북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 프랜시스 하우건이 미 증권거래위원회와 미 하원에 폭로한 내부 문건 ‘페이스북 페이퍼’가 미 언론에 보도되면서 페이스북이 17년 역사에서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2019년 페이스북에 합류한 하우건은 회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미 의회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내부 문건을 전달했다. 하우건은 페이스북이 유명인의 인종 혐오 발언이나 가짜뉴스 게시물을 지우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또 자회사인 인스타그램도 청소년 자살률을 높이는 등 특정 게시물의 유해성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했다고 밝혔다. WSJ는 페이스북이 ‘크로스체크’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 연예인, 스포츠 스타, 정치인 등 명사 수백만 명의 계정을 ‘화이트리스트’로 분류해 일반인과 다른 잣대로 제재·관리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하우건은 온라인 콘텐츠 단속 법안을 검토하는 영국 하원 청문회에도 출석해 페이스북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하우건은 “분노와 증오는 페이스북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면서 “페이스북이 가장 많은 조회 수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분열을 초래하는 ‘참여 기반 랭킹’을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뉴욕타임스와 CNN 등 미국의 17개 언론사는 하우건이 공개한 수백 건의 페이스북 내부 문건을 토대로 기획 보도에 나선 상태다. CNN은 페이스북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보호 등에 대한 여러 스캔들을 겪었고, 이번에 폭로된 문건은 회사 사업 전 영역에 걸쳐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페이스북 내부 연구자들이 각종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좋아요’와 ‘공유하기’ 같은 핵심 기능을 오용하거나 이 핵심 기능이 해로운 콘텐츠를 증폭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19년 8월 작성된 내부 메모에서 몇몇 연구자는 페이스북에서 허위 정보와 증오 발언이 번성한 것은 페이스북의 핵심적 메커니즘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페이스북은 미 언론들의 연합 보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어린아이들의 안전을 해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미 언론들이 보도한 페이스북 서비스 연구에 대해서는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적극 옹호했다. 저커버그는 “선의의 비판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만, 현재 보도들은 유출된 문건을 선별적으로 사용해 페이스북에 거짓 이미지를 씌우려는 언론사들의 공동 노력”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25일 현지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안팎의 위기에도 올해 3분기 월가의 예상치를 넘는 91억 9000만 달러(약 10조 7000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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