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차기 정부에 떠넘길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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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인 지역균형발전과 공공기관 2차 이전이 공수표로 끝나는 모양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6일 열린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주최 대한민국 균형발전박람회에서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준비를 잘해놔야 다음 정부에서 차질 없이 신속히 진행할 수 있다”면서 “어떤 차기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균형발전을 외면할 수 없도록 노력을 함께 해 달라”고 말했다. 이는 김 총리가 지난달 국회 대정부 답변에서 “올가을 대통령과 시·도지사들이 만나는 자리에서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어느 정도 큰 가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150개 이전 공공기관의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던 상황보다 훨씬 후퇴한 것이다.

임기 내내 ‘희망 고문’으로 국민 현혹
‘지역균형발전 최우선’ 공약 지켜야

김 총리가 당초 균형발전박람회에서 공공기관 2차 이전 로드맵을 공개할지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한 가닥 기대는 실망이 됐다. 김 총리는 “앞으로 신설되는 공공기관은 원칙적으로 비수도권에 설치되도록 사전입지 타당성 검토 제도 도입 등 관련 법령 개정을 노력 중”이라면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지자체들의 의견을 모아서 공공기관 이전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겨우 임기 6개월여를 남겨 놓고도 의지 표명과 노력 중이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결국 현 정부 임기 중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약속은 거짓말로 드러나고 있다.

문 대통령도 지난 25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블랙홀이 되고 있는 수도권 집중 현상과 지역 불균형 등 풀지 못한 숙제를 마지막까지 진전시키는 데 전력을 다하고, 다음 정부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면서 과거 약속보다 한참 후퇴한 입장을 밝혔다. 이는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할 경우 수도권 민심 이반과 지자체 간의 갈등이 역풍을 초래해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얄팍한 정치 셈법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문재인 정권은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지역균형발전과 공공기관 2차 이전이란 애드벌룬을 5년 내내 띄워 놓고, 다시 차기 정권의 숙제로 떠넘긴 셈이 됐다.

국회입법조사처마저도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몰리면서 지방 소멸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낼 정도로 대한민국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두 개의 나라가 됐다. 반쪽 수도권만으로는 국가의 유지와 미래 보장은 불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까지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지역균형발전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비수도권도 여야를 넘어서서 민주당과 청와대를 최대한 압박해 결단을 끌어내야 한다. 고향에서 청년이 계속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 터무니없는 꿈이나 요구는 아니지 않는가. 비수도권 국민도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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