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의 믹스트존] BNK 썸의 성장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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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부 기자

야구, 축구 등 실외 프로 스포츠가 우승팀 가리기에 돌입한 요즘, 동시에 체육관에서 열기를 뿜어내는 농구와 배구의 시즌이 돌아왔다.

시즌이 개막했지만 농구의 열기는 예전만 못하다. 여전히 사람들은 연세대와 고려대가 맞붙던 ‘농구대잔치’와 드라마 ‘마지막 승부’로 농구를 추억한다. 과거의 영광에 젖어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셈이다. 최근 승승장구하는 여자배구와 비교하면 초라함은 더 크게 느껴진다.

가뜩이나 침체된 환경에 더해 부산의 농구는 그야말로 암흑기다. 남자프로농구 kt 소닉붐은 18년간 머물던 부산에서 야반도주하듯 떠났고, 여자프로농구 BNK 썸 역시 만년 꼴찌로 외면 받는다.

최근 BNK는 부산 농구의 인기를 되살리기 위해 분주하다. 지난 시즌 5승 25패로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리그 최약체이지만, 아픔을 딛고 시민들의 사랑을 받기 위한 준비를 진행중이다.

BNK는 꼴찌 탈출을 위해 비시즌에 많은 준비를 했다. 부산 출신 농구 레전드인 박정은 감독이 새로 사령탑을 맡고, 리그 최고 수준의 포워드인 김한별과 강아정을 영입했다. BNK는 개막 후 4연패로 혹독한 적응기를 보내고 8일 마침내 기다리던 첫 승을 따냈다.

그러나 강팀으로의 변신은 ‘도깨비 방망이’처럼 ‘뚝딱’ 이뤄지지 않는다. 우선 새로 영입한 선수들이 손발을 맞출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BNK 팀 전체에 각인된 패배의식을 떨쳐 내는 것이 급선무다.

또 하나, 인내심을 갖고 응원하는 부산 농구 팬의 마음이다. BNK가 부산 유일의 프로농구 팀이 된 상황에서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뒷받침되면 상상 이상의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다.

시즌마다 진화해 나가는 ‘성장 스토리’도 기대해볼만 하다. 더욱이 지역에 뿌리내리고, 팬들과 함께 울고 웃는 팀을 만들어야 ‘kt 사태’와 같은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여기에 유망주 때부터 홈 팬의 지지를 먹고 자란 선수야말로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 손아섭과 같은 프랜차이즈 스타의 가치를 품는다. 이는 곧 구단의 가치로 이어진다.

이달 초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박정은 감독 역시 지금의 과도기를 지켜봐달라 당부했다. 박 감독은 “BNK 선수들은 아직 어리고 가능성이 많다”며 “부산 농구 팬들이 함께 키워간다는 생각으로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텅 비어있던 부산 사직 체육관은 17일 BNK와 KB스타즈의 홈경기부터 100% 관중 입장이 허용된다. BNK를 향해 내뿜는 뜨거운 응원 열기와, 나아가 여자배구 못지 않은 농구 인기의 부활을 기대해본다.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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