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은 머리부터 먹는 것" 붕어빵에 대한 잡다한 지식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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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2개 1000원이 대세
붕어빵 가게마다 반죽 배합 달라


붕어빵은 겨울철 대표적인 간식이다. 장병진 기자 붕어빵은 겨울철 대표적인 간식이다. 장병진 기자

길거리 간식의 대표주자였던 떡볶이. 하지만 이제 가격은 사악(?)하다. 기본 4000~5000원이 넘는다. 떡볶이 소스와 함께 먹을 수 있는 튀김도 고급스러워졌다. 통오징어 튀김이라도 한 마리 넣게 되면 1만 원은 가볍게 넘는다. 여기에 배달료까지 붙으면 한 끼 식사 비용은 가볍게 넘는다.

족발, 치킨에 이어 떡볶이마저 가격이 치솟자 이제 우리에게 만만한 간식은 붕어빵뿐이다. 하지만 붕어빵의 가격 인상도 만만찮다는 소식을 종종 접한다.


겨울철 별미 붕어빵이 2개 1000원 5개 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장병진 기자 겨울철 별미 붕어빵이 2개 1000원 5개 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장병진 기자

‘3개 1000원’이 사라진다

붕어빵은 15여 년 전만 해도 6개 1000원이 기본이었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4개 1000원으로 줄었다. 그리고 5~6년 전부터는 3개 1000원이 대세가 됐다. 주재료인 밀가루, 달걀, 우유, 단팥 등 재룟값이 계속 올랐기 때문이다.

지금은 2개 1000원과 3개 1000원이 7대 3 수준이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이면 2개 1000원이 대세가 될 듯하다. 특히 물류난 등으로 팥, 밀가루 가격이 20% 가까이 오르며 이러한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기본형이라 할 수 있는 팥의 경우 3개 1000원이 꽤 보이지만, 슈크림이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슈크림의 경우에는 2개 1000원이 대세다.

적지 않은 가게가 1000원에 2개를 팔지만, 2000원일 경우 하나를 덤으로 준다. 단순히 많이 사서 하나를 끼워주는 것일까? 부산 부산진구 당감동에서 붕어빵을 팔고 있는 한 가게에서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가게는 팥, 슈크림 앙금 붕어빵을 개당 400원, 500원에 팔고 있다. 이러한 지점에서 5개 2000원의 진실을 슬며시 유추해볼 수 있다. 한 붕어빵 가게 주인은 "붕어빵을 팔면서 잔돈이 오가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판매자 입장에서도 불편한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최근에는 팥 가격도 상당히 올라 슈크림, 팥 모두 2개 1000원으로 팔아야 이윤이 남을 듯"이라고 말했다.


팥소가 비치고 깔끔하지 못한 끝처리는 잉어빵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장병진 기자 팥소가 비치고 깔끔하지 못한 끝처리는 잉어빵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장병진 기자

붕어빵은 원래 잉어빵

붕어빵 판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앱에서는 붕어빵과 잉어빵이 혼재돼 있다. 붕어와 잉어는 모두 민물에 살지만, 전혀 다른 물고기다. 그런데 단순히 물고기 모양이라고 붕어빵, 잉어빵이 같을 수 없지 않나?

실제로 두 빵은 다르다. 원조 붕어빵은 지금보다 반죽이 더 두꺼웠다고 한다. 그래서 잘 구워진 붕어빵을 먹을 경우 단맛보다 담백함이 많이 느껴졌다고 한다. 또 반죽이 두껍고 기름기가 많아 모양이 깔끔하다.

반면 잉어빵은 표면에 기름기가 느껴지며 반죽이 얇다. 그래서 속이 비치기도 하고 옆에 탄 부분이 남아 살짝 지저분하게 보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과거 오리지널 붕어빵을 기억하는 어르신 중에는 붕어 모양 아이스크림이 붕어빵의 원형을 잘 반영했다는 분들도 많다.

원래는 붕어빵이 인기가 있었지만 10여 년 전부터 황금잉어빵이라는 이름으로 반죽이 얇고 팥이 많이 들어간 잉어빵이 시중에 나오기 시작했다. 황금잉어빵은 특허도 내고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했는데 팥도 더 많이 들어가고 기름진 고소함에 붕어빵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결국 우리가 먹는 붕어빵은 사실은 잉어빵일 확률이 높다.

붕어빵을 보고 '풀빵'이라고 하는 이들도 많다. 동구 수정동에서 28년간 붕어빵을 팔아왔다던 한 상인은 "풀빵 있어요?"라고 물으면 "없다"라고 대답한단다. 이유가 예전에는 밀가루로 만든 것이 풀빵이라면 최근에는 전분가루, 옥수수가루 등 반죽에 훨씬 많은 성분들이 들어가기 때문이란다.


붕어빵의 맛은 다를까

"붕어빵 저 집이 맛있대"라며 억지로 먼 곳에 있는 붕어빵을 산다면 대다수의 반응은 "붕어빵이 다 거기서 거기 아냐"일 것이다. 하지만 정말 맛은 다르다. 부산에서 붕어빵의 반죽을 공급하는 업체는 10여 곳이란다. 각 업체마다 배합이 다르다 보니 맛이 다르다. 때로는 반죽에 개인적으로 맛을 증가시키는 재료들을 넣기도 한단다. 맛이 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붕어빵은 뜨거울 때 먹어야 정석이지만, 어떤 집에서 구입한 빵은 식어도 맛있다. 그 비결은 굽는 방법에 있을 지도 모른다. 경력 20년의 한 붕어빵 상인은 "어떤 상인은 붕어빵의 익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붕어빵 틀을 열었다가 닫는 일이 많은데 저는 열고 바로 내어 놓는다"며 "경험상 한 번에 구우면 식어도 형태가 유지되고 맛도 유지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머리부터 먹는 게 정답?

일본 도미빵이 붕어빵의 원조라고 보는 의견이 많다. 일제 강점기 풀빵의 형태로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이게 국화빵, 붕어빵 등으로 확장됐다는 것이다. 만약 붕어빵 족보가 도미빵까지 이어졌다면 머리부터 먹는 게 옳은지도 모른다.

일본에는 과거 도미빵 꼬리에 팥을 넣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두고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한 소설가가 도미빵은 꼬리까지 팥 앙금이 들어가야 맛이 있다고 요미우리 신문에 글을 썼는데 논쟁이 벌어진 것.

이를 두고 ‘도미빵 꼬리는 손가락으로 집어 먹는 부분이니 팥 앙금이 없는 게 정식’이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지금의 붕어빵에도 꼬리에는 앙금이 들어가지 않는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꼬리를 손으로 잡고 머리부터 먹는 게 FM 아닐까 조심스럽게 위험하기 짝이 없는 유추를 해본다.


집에서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는 붕어빵 기계. 장병진 기자 집에서 간단하게 요리할 수 있는 붕어빵 기계. 장병진 기자

붕어빵 심리 저항에 걸리다

붕어빵은 싼 맛에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이다. 1000원으로 든든하지는 않지만, 가볍게 허기 정도는 채울 수 있는 그런 음식이다. 상인들의 고민들도 거기에 맞닿아 있다. 한 상인은 "1000원에 3개에서 2개로 줄이면 30%의 가격 인상이 있다"며 "숫자 하나를 줄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남는 게 있어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로 처음 가격 인상 후 심리적 저항을 겪는 경우도 많다. 1000원당 붕어빵 수가 줄어들었을 때 한동안 구매를 하러 왔다가 그냥 돌아가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2개 1000원은 ‘어휴’하며 사 먹는 가격이지만, 1000원에 1개가 됐을 경우에는 또 다를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외출이 줄고 가격도 비싸지자 최근에는 집에서 붕어빵을 만들어 먹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가격이 비싸다 보니 붕어빵 틀 모양의 프라이팬 2만 원과 재료 구매 1만 원이면 손쉽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붕어빵 안에 넣을 수 있는 재료도 슈크림, 고구마, 치즈 등 다양한 데다 약한 불에 굽기만 하면 돼 직접 도전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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