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태의 요가로 세상 보기] 45. 다리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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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투반다 아사나(setubandha asana)라고 하는 다리 자세는 목과 어깨의 긴장을 풀어 주며 가슴 목 척추를 이완시킨다. 시연 배수진. 세투반다 아사나(setubandha asana)라고 하는 다리 자세는 목과 어깨의 긴장을 풀어 주며 가슴 목 척추를 이완시킨다. 시연 배수진.

다리는 우마차가 다니는 길을 뜻하는 교(橋)와 사람이 다니는 길을 뜻하는 량(粱)이 합쳐져 만들어진 말이다. 하천 계곡 호소(湖沼), 도로 및 철도 등을 횡단하는 통로를 떠받치기 위하여 축조하는 구조물의 총칭이다.

우리의 일상은 목조다리부터 한강다리 영도대교 남항대교 통영대교 이순신대교 남해대교 거가대교 선암사 무지개다리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등등 그간 참 많은 다리를 건너왔고 건너 다니며 살고 있다.

길이 끊긴 곳에는 다리가 있다. 다리는 연결이며 소통이다. 험한 세상일수록 다리는 더욱 긴요하다. 그리고 누구든지 스스로가 다리가 될 수 있다.

다리 자세는 범어로 세투반다 아사나(setubandha asana)라고 한다.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 무릎을 구부려 세우고 발을 어깨너비 정도로 벌린다. 두 발이 엉덩이 가까이에 오도록 최대한 양쪽으로 당긴 후 두 손으로 발목을 잡거나 바닥에 놓는다. 엉덩이를 최대한 높이 들어 올리며 가슴을 활짝 연다.

두 번째로는 양발을 교차하여 꼰 채 동일한 방법으로 실행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엉덩이를 들고 얼굴이 바닥에 닿을 정도로 머리를 뒤로 젖힌다. 이때 팔짱을 가슴 앞에서 낄 수도 있다. 목의 한쪽 끝은 후두부로, 다른 쪽 끝은 양 발바닥으로 자세를 지탱한다. 이때 목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행하는 것이 좋다. 특히 목디스크 등 트러블이 있을 시는 자제한다.

이 자세들은 목과 어깨의 긴장을 풀어 주며, 가슴 목 척추를 이완시킨다. 척추의 탄력성과 근력을 강화시키며 엉덩이를 탄력 있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두 번째 자세는 요실금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몸과 마음을 확장시켜 주는 다리 자세를 수련하면서 그대와 나, 섬과 섬, 바다와 육지, 하늘과 땅, 바다와 강, 무의미한 사물과 사물, 메말라 가는 가슴과 가슴 사이에 정성껏 다리를 놓는 마음으로 나의 중심점인 복부를 들어 올려 보자. 깊은 호흡을 실어 저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본연의 소리 들리는 내면의 한 점을 응시해 보길 권한다.

다리의 사전적 의미로는 강·개천·보·골짜기 등을 건널 수 있도록 가로질러 놓은 시설물, 중간에 거쳐야 할 과정이나 단계, 중간에서 두 대상을 소개하거나 관련시켜 주는 일로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다리가 만들어진 기원은 삼국시대부터이다. 조선시대 대표적 다리로는 서울 장충단 공원 입구 개천 위에 놓인 세종 때 건설된 수표교(水標橋)가 있다. 물론 단순한 다리가 아니라 청계천의 수량을 측정하며 홍수에 대비하던 다리였다.

다리는 구조 형식에 따라 형교, 아치교(홍예교), 현수교, 라멘교와 삼각형 뼈대의 안정성을 갖춘 트러스트교도 있다. 산봉우리와 봉우리를 잇는 다리는 계곡을 가로질러 허공에 걸쳐 건설하였기에 ‘구름다리’라는 명칭이 붙었다. 이 ‘구름다리’가 전문용어로 현수교이다. 2015년에 개통된 ‘울산대교’가 우리나라 현수교의 대표 주자이다.

다리의 꽃이라 불리는 ‘진도대교’와 같은 방식의 사장교(斜張橋)에 이어 최근에는 전남 무안과 영암을 잇는 ‘무영대교’처럼 엑스트라 도즈드교 같은 방식까지 발달했다.

몇 년 전 내한했던 로마 교황의 정식 명칭은 ‘최고의 주교’ 즉 ‘폰티펙스 막시무스’(Pontifex Maximus)인데 이 폰티펙스라는 것은 ‘다리를 놓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교황은 하느님과 사람을 잇는 최고의 연결자 또는 중개자·대리자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고대 로마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였던 다리를 놓는 사람의 명칭이 국가 수장의 명칭이 되고 교황도 그 칭호를 사용하게 된 것으로, 다리를 지상에서 천국에 이르는 길로 보았다.

‘다리밟기 놀이’는 정월 대보름에 하는 대표적인 민속놀이로 자기 나이만큼 개울가 다리를 밟으면 다리에 병이 나지 않고, 모든 재앙을 물리칠 뿐만 아니라 복도 불러들인다는 신앙적인 풍속에서 나왔다. 다리밟기를 하면 다릿병을 앓지 않는다는 관념은 인체 다리(脚)와 구조물 다리(橋)의 발음이 같은 데서 생긴 민간신앙이다. 언어의 유희성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다리밟기는 답교(踏橋) 놀이라고도 하며 강릉지방에서는 ‘다리 빼앗기’라고도 한다.

고려시대 가요로 신라에 처용이 지은 향가를 발전시킨 노래로 “서울 밝은 달에 밤들이 노니다가/ 들어와 잠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로다/ 둘은 나의 것이었고/ 둘은 누구의 것인가/ 본디 내것이지마는/ 빼앗긴 것을 어찌하리오”라는 처용가가 있다. 49대 헌강왕 때 처용이 역신(疫神) 즉 천연두를 물리치고 쫓기 위해 지어 부른 노래이다. 삼국유사에 실려 전하고 있다. 처용의 모습을 그려 붙여 사기(邪氣)를 물리치고 경사스러움을 받아들였다. 유행하는 몹쓸 전염병이나 바이러스를 퇴출시킬 수 있다면 오늘 처용 모습이라도 그려 대문 앞에 걸어두고 싶다.

인도의 고전이면서 2대 서사시 중의 하나인 라마야나는 다분히 흥미진진한 서사시를 넘어서 삶의 교훈과 깊은 상징성을 보여준다. 이 서사시에서 라마와 항상 함께하는 동생 락슈마나는 일념·집중력(에카그라타·ekagrata)이다.

인간의 몸을 상징하는 랑카섬까지 ‘다리’를 놓아 악마 라바나에 잡혀간 라마의 왕비 시타를 구출하는 데 일등 공신인 헌신적인 원숭이 하누만은 바람의 아들로 생명에너지 즉 프라나를 의미한다. 라마왕과 시타왕비는 비유적으로 브라만(梵)과 아트만(我) 사이에 어떻게 다리를 놓을지를 생각게 하는 상징성을 띠고 있다.

요즘은 그리 흔치는 않지만 아직도 개울이나 강가에 놓여 있는 징검다리 위에 서면 왠지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황순원의 단편 소나기에 등장하는 윤초시네 증손녀와 소년이 금방이라도 뛰어나올 것 같아서 말이다.

다리의 속성상 이음과 매개라는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한 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징검다리의 돌 하나씩 놓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섶다리는 수심이 얕고 주변에서 나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에 놓인다. 원시적인 생활 편의시설인 섶다리는 자연에 순응하는 친환경 다리다. 순전히 나무와 흙으로 만들어진다. 섶다리는 우마차를 위한 다리가 아니라 맨몸 또는 가벼운 행장으로 걷는 다리이다. 단종의 넋을 기리는 영월 주천강 앞 쌍섶다리가 유명하다.

충북 진천에는 천년의 비밀을 간직한 ‘농(籠)다리’라 불리는 ‘돌다리’가 있다. 신라말이나 고려초에 놓여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큰 지네가 엉금엉금 기어가는 듯한 형상을 닮았다. 30~40cm의 돌을 들여 쌓아서 위에서 내려다보면 물고기 비늘이 잇닿아 있는 듯하게 보인다. 막돌을 쌓아 만든 다리가 천년 넘게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경외롭다.

불가(佛家)에서 다리 놓기는 중생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 중 하나로 보았다. 곧 다리를 놓는 일은 현세에서 쌓을 수 있는 최고의 공덕으로 여겼다. ‘무지개 다리’가 사찰 입구에 많은 이유다. 무지개를 타고 속세를 벗어나 불국토에 들어선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불국사의 청운교, 백운교, 칠보교, 연화교 등이 대표적이다. 무지개 다리는 그 자체로 수려한 경관을 연출하여 주변 풍경과도 안성맞춤이다. 유려한 곡선은 마음을 편안케 하며 안정감이 깃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특히 순천 선암사 승선교 무지개다리가 일품이다.

‘한강다리’ 역시 6·25전쟁 발발 당시 폭파되어 끊어졌던 아픔을 담고 있는 다리다. 혜은이가 부른 ‘제3 한강교’는 지금의 ‘한남대교’인데 ‘한남대교’는 현재의 강남권과 강북지역을 연결하는 최초의 ‘한강다리’다. 그러고 보니 주현미의 ‘비 내리는 영동교’도 있다. 다리에 얽힌 가요가 적잖음에 놀라게 된다.

‘영도다리’는 ‘영도대교’라 하여 1934년 11월 23일 준공되었다. 최초 개통 당시는 ‘부산대교’였다. 일제시대 전쟁의 수탈과 애환 그리고 이산과 실향의 역사가 담겨 있는 다리다.

부산 최초로 개설된 연륙교로 한국 최초의 도개교 형식의 다리이다. 개통 당시에는 다리가 하늘로 치솟는 신기한 모습을 보려고 부산을 비롯한 인근 지역에서 6만 가까운 인파가 운집했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었던 대중가요 ‘굳세어라 금순아’의 시대적 배경을 담아 건립된 ‘현인 노래비’ 등이 있어 지나는 사람들로 하여금 아련히 옛 추억에 젖게 한다. 영화 ‘국제시장’에서도 ‘굳세어라 금순아’ 곡이 울려 퍼진다.

영주시에 있는 무섬마을에 들어선 ‘외나무 다리’도 유명세를 탄다. 무섬 외나무다리는 폭 30cm 내외의 상판 위를 조신하게 걸어야 하는 다리다. 외나무 다리는 배려와 양보의 다리다. 마주 오는 사람이 있으면 한쪽에서 먼저 기다려 주어야 하는 다리다.

최무룡과 김지미가 출연한 영화 ‘외나무 다리’에서 최무룡이 주제곡으로 불러서 히트한 곡이 “복사꽃 능금꽃이 피는 내고향/ 만나면 즐거웠던 외나무 다리”로 시작되는 반야월 작사, 이인권 작곡의 ‘외나무 다리’(1962)이다. 연배 지긋한 분들에게 마냥 향수를 자아내게 하는 곡이기도 하다.

벌써 제목만으로 뭉클한 느낌을 주는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Bridge of troubled water)’ 곡은 폴 사이먼이 작사 작곡하여 1970년도 사이먼과 가펑클이 불러 히트가 되면서 1위 밀리언 셀러를 기록했다. 상대에게 의지할 곳을 제시하는 포근한 가사는 학창시절, 군대시절, 적막했던 순간들을 맞이하면 모두가 어울림 되어 화음을 이뤄냈던 곡이였다. 뿐만 아니라, 부모가 자식에게 혹은 사랑하는 연인들을 위해 들려주거나 불러줄 수 있는, 이 험한 세상에서 위안을 선사해 줄 수 있는 곡이라는 정평이다.

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이를 위한 삶을 살게 되는 때도 온다. 특히 가장으로서 부모로서의 역할이 주어지는 시점 등에서부터.

험하다면 험한 세상이기에 어느 누군가의 다리가 될 수 있다면 그게 곧 또 다른 삶의 행복일지도 모를 일이다. 현대의 가스펠 송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명곡 중에 명곡이다. “험한 물결을 건널 수 있게 하는 다리처럼, 내가 다리가 되어서, 당신이 건널 수 있도록 해 줄게요, 내가 다리가 되어서, 당신이 이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게 해줄게요”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마치 거친 풍랑 속에서도 버텨내는 다리처럼 내 몸을 눕혀서 세상 풍파 위에 놓인 다리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내용의 가사는 그 자체로 절창 시(詩)이다. 그러한 것이 바로 세상을 행복으로 변화시킬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하는 듯하다. 우리 모두는 어쩌면 서로가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의지하고 함께 나아가야만 하는 본태적 숙명을 띠고 태어났는지도 모를 일이다.

‘돌아오지 않는 다리’는 판문점 공동 경비구역(JSA) 영화로 잘 알려진 곳이다. 민족 분쟁의 비극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다리이며 경기도 파주시 진서면 판문점에 있다.

‘효 불효의 다리’도 있다. 경북 경주시 인왕동에는 ‘칠성다리’ 또는 ‘효 불효 다리’, ‘쑥떡어미다리’ 라고 부르는 옛 다리가 있다. 이 다리에는 행실이 나쁜 모친을 위해 다리까지 놓아 준 칠형제의 갸륵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도 빼놓을 수 없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겸 주연의 영화로 할리우드 명배우 메릴 스트립과 함께, 감성과 책임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간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는 걸작이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흘러내린다/ 괴로움에 이어서 맞을 보람을/ 나는 또 꿈꾸며 기다리고 있다/ 밤이여 오라 종아 울리렴/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20세기 초의 시대 정신을 가장 충실하게 구현한 예술가로 일컬어지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비평가인 아폴리네르의 시 ‘미라보 다리’를 빼놓을 수 없다. 이 다리에는 파리의 보헤미안이라고 불리었던 아폴리네르가 피카소 등 입체파, 야수파 화가들과 사귀었던 추억이 남아 있을 게다. 세느강을 바라보며 첫사랑이었던 영국의 연인 마리 로랑생과의 실연을 아쉬워했을지도 모른다. 마리 로랑생의 시 ‘잊혀진 여인’의 한 구절인 “죽은 여인보다/ 더 불쌍한 여인은/ 잊혀진 여인입니다”가 떠오른다.

세느강에서 가장 오래된 ‘퐁네프 다리’도 레오 마락스 감독의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 덕분에 새로운 생명력을 얻게 되었다.

윌리암 홀덴 주역의 ‘콰이강의 다리’는 1958년 3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7개 부분을 수상했다.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대표적인 영화이면서 1943년 메클롱강 위에 다리를 세웠던 실화를 바탕으로한 피에르 불의 소설이 원작이다. 포로의 신분으로 자신들의 자긍심을 위해 완벽한 다리를 건설하려는 영국군 장교 니콜슨 대령의 모습은 전쟁을 초월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숭고한 인간애를 느끼게 한다.

창원시 마산 합포구 앞바다에는 저도 섬까지 연결하는 다리가 있는데 그 다리 이름도 일명 ‘콰이강의 다리’란다. 부산대학교 박물관 앞에도 철로 만들어진 길지 않은 다리가 있는데 필자의 학창시절에는 ‘콰이강의 다리’라고 불렀다. 연인이 손을 잡고 이 다리를 건너다가 다리가 흔들리면 그 사람들은 운명이라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오는 곳이기도 하다. 아직도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게 그렇게 반갑고 고마웠다.

청순하고 가련하면서도 슬픈 여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수에 찬 미인, 고뇌하는 미인의 이미지를 선보였던 비비안 리가 열연한 영화 ‘애수’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가장 슬프고 가슴 아픈 ‘비련의 러브스토리 10’에 꼽을 정도로 사람들 가슴 속에 간직되고 있는 영화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미인으로 찬사를 받았던 고혹적인 매력을 지닌 비비안 리가 ‘워털루 다리’에서 돌진해 오는 트럭을 향해 달려가면서 자살하는 마지막 장면을 최고로 가슴 아픈 명장면으로 꼽고 있다. 이 영화 속의 주제곡이 연말이면 어김없이 울려 퍼지는 그 유명한 ‘올드랭 사인’이다

이브 몽땅이 묵직하면서도 달콤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부른 ‘파리의 다리 밑’ 샹송도 빠질 수 없다. 파리의 다리 밑을 오가는 사람들과 가난한 연인들의 모습을 그린 왈츠 풍의 샹송으로, 언제 들어도 이국적인 노스탤지어를 자아내게 하는 곡이다.

“역사에서 수많은 고난과 난관에 부딪히곤 했다. 찬란한 역사도 물론 있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역사의 길은 늘 어떤 선택을 강요한다. 우리 세대는 후대가 그들의 길로 온전하게 나아갈 수 있는 ‘징검다리’여야 한다. 이를 가늠하는 잣대가 바로 이어짐과 매개가 될 것이다. 역사를 지켜내고 이어짐을 담보해내는 역할이다. 이때 다리는 세대와 역사의 연속성을 가늠하게 하는 도구, 곧 가교(架橋)이다.”(이영천 ‘다시, 오래된 다리를 거닐다’에서)

아무쪼록 후손들에게 그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고, 감히 범접할 수 없고, 감히 흔들 수 없는 금강석같은 ‘튼실한 다리’를 놓아 주어 세세만년(歲歲萬年) 번영을 누리게 할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희는 허리띠를 띠고 등불을 켜놓고 깨어 있어라”(눅12:35) 말씀을 가슴속에 담아본다.

우리가 오늘 건너고 있고 또 짓고 있는 다리는 튼실한 기초 아래 차근차근 다져지면서 지어지는 다리일까? 아니면 성수대교와 같은 졸속과 부실의 다리인가? 자칫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는 위태위태한, 모래사장 위에 떠받치고 서 있는,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식의 ‘허상의 다리’는 아닌지 곰곰이 되돌아볼 일이다.

우리는 오늘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인 ‘징검다리’를 밟고 어느 곳인가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존재들이다. 제 등을 아무렇지도 않게 남녀노소, 빈천을 가리지 않고 흔쾌히 내어주는 고귀한 희생정신을 다리에서 배울 일이다.

돌아보면 주변에는 충실히 튼튼한 다리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곳곳에서 드러내지 않고 카르마요가를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도 많음은 아직도 살 만한 세상이지 않는가? 나로 인하여 나로 하여금 어느 누군가가 무탈하게, 조금이라도 마음 편히 지나갈 수 있는 다리가 되어 준다는 것!

어쩜 가깝게는 가족으로 시작하여 사회와 국가 나아가 인류를 위하는 일이 되는 것임을, 그것이 바로 거창하게는 나의 존재 이유이며, 그러한 다리의 건설을 위해 뚜벅뚜벅 한 걸음씩 나아가는 그 자체가 소소한 행복의 지름길이라고도 생각해 본다.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곡이 만트라의 챈팅처럼 울려 퍼지는 가운데 ‘다리 자세(세투반다 아사나)’를 취해 본다.


<다리 / 최진태>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가슴과 머리 사이라 한다지요/그럼 세상에서 가장 먼거리의 다리는?/ 가장 건너기 힘든 다리는?

외나무다리? 섶다리? 징검다리?/ 무지개다리? 구름다리? 골든 브릿지?

네티(neti 아니다)/네티(neti 아니다)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들리지도 않고/ 냄새도 없는/빛 색깔도 없고/ 형태도 없는/ 깊고도 얕고/ 무겁고도 가벼운/ 부드럽고도 강철같고/ 햇빛이다가 비 구름인/요상하고도 신비로운/ 아리쏭 그 자체

백년을 캐어봐도/ 천년을 들여다봐도/ 알 듯 모를 듯/때론 누군가는/ 홀연히 한순간에/알아버리기도/ 도달하기도 한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인/ 가장 가깝고도 가장 먼,/ 화엄세계 만년 설산 히말라야를 닮은/ 이름하여/ 마음의 다리

그것도 나와 님 사이에 놓인/마음의 다리보다/ 나(我)와 진아(眞我 atman)사이에 놓인/ 천근 무게 지닌/ 마음의 다리라지요



최진태 부산요가지도자교육센터(부산요가명상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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