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 떠오른 야권 단일화, ‘윤-안 담판’ 임박했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3·9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최대 변수로 꼽히는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단일화를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윤 후보가 “(힘을)합쳐서 갈 수 있으면 가자는 것”이라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자, 단일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도 여지를 남겼다.

윤 후보는 7일 보도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야권 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안 후보는 정권교체를 위해 대선에 나온 분이라는 점에서 저와 방향이 같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단일화)언급 자체가 안 후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면서도 “(단일화 가능성을)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일화를 한다면, 바깥에 공개하고 진행할 게 아니라 안 후보와 나 사이에서 전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윤 후보는 앞서 지난 6일 광주를 찾은 자리에서도 “단일화는 저와 선대본부 측에서 다룰 문제”라며 가능성을 열어 둔 바 있다.

윤 “후보 간 전격 결정할 문제”
국힘 내부 달라진 기류 감지
‘안철수 책임총리론’도 제기
안 “공개적 언급, 진정성 없다”

당내에서도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한 달라진 기류가 감지된다. 당초 단일화 논의할 때가 됐다는 원희룡 정책본부장의 발언에 대해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했던 권 본부장은 ‘단일화 가능성이 열려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물론”이라며 변화된 입장을 보였다.

정치권에서는 단일화의 경우 ‘절실한 측’의 결단이 중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대선이 불과 한 달 남은 상황에서 양강 구도 속 확실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윤 후보나, 캐스팅 보트 역할에도 한 자릿수대 지지율에 그치는 안 후보 모두 아쉬운 상황이다.

결국 핵심은 공을 어떻게 나누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안철수 총리’ 구상이 제기된다. 하지만 안 후보가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지난달 10일 한 라디오에서 “대통령제하에서 제도적으로 성립될 수 없는 개념”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양측의 신뢰가 굳건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동 정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보다 진보된 개념인 ‘안철수 책임총리론’도 흘러나온다. 안 후보가 경제 분야 장관의 인사권을 사실상 보유하고, 모든 장관과 중앙행정기관장의 임명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실질적으로 보장받는 책임총리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여전히 단일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안 후보는 7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G3 디지털경제 강국 도약을 위한 대선 후보 초청 정책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나 야권 후보 단일화를 공개 언급한 국민의힘을 겨냥해 “이런 문제는 공개적으로 말한다는 것 자체가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어제는 아니라고 했다가 오늘은 된다고 하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단일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이준석 대표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지난 6일 인천 서구 청라블루노바홀에서 열린 ‘준석이랑 학재랑 정권교체 토크콘서트’에서 “단일화는 2등, 3등 후보가 하는 것이다. 우리 당은 윤석열 후보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이번 주 금요일(11일)이 되면 단일화란 말이 더 이상 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당내 의원이 익명으로 “이준석 대표 등이 (안 후보와)단일화에 선을 그어서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할 뿐, 내부적으로는 아직도 단일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원이 꽤 있다” “이준석 대표의 최근 언행은 국민에게 다소 ‘오만’하게 보일 수도 있다” 등의 인터뷰를 한 데 대해 “설마 또 익명질이냐” “진절머리가 나려고 한다”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