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중 관계 해치는 베이징올림픽 편파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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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개막한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편파 판정 시비로 얼룩지고 있어 유감스럽다. 7일 베이징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한국의 황대헌·이준서 선수가 각각 조 1,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실격을 당했고, 이들이 탈락한 자리를 모두 중국 선수가 채웠다. 직후에 열린 결승전에서도 석연치 않은 판정은 이어졌다. 1위로 들어온 헝가리 선수가 실격되면서 2, 3위 중국 선수들이 금메달과 은메달을 차지했다. 도를 넘은 중국의 홈 어드밴티지 때문에 국내에서는 반중 정서가 확산하면서 올해로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가 악화될 조짐마저 보인다.

황당 판정·중국 텃세로 한국 선수 불이익
반중 감정 고조돼 수교 30주년 의미 퇴색

황대헌·이준서 선수의 플레이에 대해 국내외 중계진은 박수갈채를 받을 만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심판진은 늦은 레인 변경이라는 황당한 이유로 실격 처리했다. 반면 중국 선수는 결승에서 1위로 달리던 헝가리 선수의 팔을 잡아당겼는데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서 5일 열린 쇼트트랙 2000m 혼성계주에서도 중국은 선수들 간 터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페널티 없이 결승에 올라 금메달을 획득했다. 오심이 한 번도 아니고 잦으면 고의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대한체육회가 8일 기자회견을 갖고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하기로 했으며, 한국선수단이 심판위원장에 항의하고 국제빙상경기연맹과 국제올림픽위원회에 항의 서한을 보낸 이유다.

잇단 편파 판정 시비는 쇼트트랙 세계 최강국인 한국에 대한 견제와 개최국 중국을 의식한 경기 운영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메달 따기에 혈안이 된 중국 선수들의 반칙 행위도 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텃세는 올림픽 기간 내내 자국 선수의 참가 종목에서 기승을 부리지 싶다. 오죽하면 대한체육회가 편파 논란이 계속된다면 남은 빙상 경기를 보이콧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을까. 편파 판정은 4년간 피땀을 흘린 선수들에게 좌절을 안기고 스포츠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처사다. 올림픽이 탐욕이 개입한 편파 판정에 휘둘려선 절대 안 된다.

또 다른 큰 문제는 한국 선수들의 불이익을 낳은 편파 판정이 한·중 관계를 해친다는 점이다. 국내 네티즌들이 “올림픽이 아니라 중국 체전”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여야 정치권까지 대선 표심을 의식해 비판에 가세하면서 반중 감정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부산의 한 대학 인터넷 게시판에 중국인 유학생의 자퇴를 요구하는 글이 등장해 수많은 동조 댓글이 달릴 정도다. 8월 24일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양국의 우호 증진이 필요한 시기에 중국 혐오감만 심화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중국 정부와 올림픽 당국이 스포츠맨십과 올림픽 정신에 입각한 축제가 되도록 대회를 운영할 일이다.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감동 스토리가 잇따라 더 이상 한·중 관계에 악영향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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