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 넘은 중국 혐오, 브레이크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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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한복 논란에 이어 쇼트트랙 편파 판정 파장이 겹치면서 국내에 반중·혐중 정서가 거세게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 중심에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깊은 MZ세대의 폭발이 도사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런 와중에 부산 남구 대연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 인근 도로에서 중국인 유학생이 한국 남성 2명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9일 발생했다. 경찰이 반중 정서와 무관한 단순 폭행 사건이라고 밝혔지만 안타깝게도 중국 SNS에는 “올림픽 때문에 맞았다”는 주장이 퍼진 상태다. 인터넷 공간은 지금 양국 간 상호 혐오의 전쟁터가 된 형국이다. 그런데도 정치권과 언론은 해법을 제시하기는커녕 이에 편승해 성난 민심을 부추기고 있으니 개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반중 정서 MZ 세대 폭발, 정치권도 편승
국익에 도움 되지 않아… 냉정한 대처를

지금 반중 정서는 대단히 우려스러운 수준으로 퍼지고 있다. 한국 문화를 자기네 것이라 우기는 이른바 ‘문화 공정’에서부터 사드 사태 이후 중국의 보복, 홍콩 민주화 운동에 대한 탄압, ‘우한 폐렴’이라는 이름이 붙은 팬데믹에 이어 이번 올림픽에서의 각종 논란까지 잇따르면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서 태어나 공정성에 대단히 민감한 한국의 MZ세대는 중국의 국수적, 배타적 행태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인터넷상에 “중국이 망했으면 좋겠다”는 식의 적대적인 글이 도배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정치권과 언론이다. 대선 국면에서 반중 정서를 악재로 여긴 여권은 상황 반전을 위해 불필요한 정치적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고, 야권은 혐오 정서를 정치·외교적 사안에다 연결시켜 선거전략 카드로 이용하려는 속셈이 역력하다. 국민감정을 이용해 젊은 층의 표를 얻으려는 정치적 계산은 너무나 저열한 것이다. 한국과 중국, 양국의 언론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네티즌들의 과도한 발언들을 여과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씀으로써 분위기를 자극하는 데 앞장서고 있어서다. 한·중 수교 30년의 명암을 살피고 세계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국가 전략을 가다듬는 일에 온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인데 아무런 관심이 없는 듯하다.

물론 과도한 중화주의 기치를 내세운 중국의 국가주의적 행태가 가장 큰 잘못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도를 넘어선 거친 말과 분노 등의 감정적 대응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올림픽으로부터 촉발된 문제가 중국 전체에 대한 혐오로, 나아가 국가 갈등으로 번지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국내 개별 중국인에 대해 편견을 갖거나 차별하는 일로 이어져서도 안 된다. 우리가 중국과 다르다는 걸 보여 줄 힘은 자유와 포용성, 다양성에 있다. 이미 전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는 한국 문화의 저력이 바로 이것이다. 진정한 승리는 소유나 배제가 아니라 존중과 포용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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