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성 비위 근절’ 컨트롤타워, 독립성·전문성 확보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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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강제추행 사건 이후 공직사회 성 비위 컨트롤타워로 출범한 부산시 성희롱·성폭력근절추진단이 제 기능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인력이 부족해 업무 부하에 시달리고, 시 감사위원회 산하 조직에 묶여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직사회 성 비위와 직장 내 괴롭힘을 실질적으로 ‘근절’할 수 있도록 확대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부산시 성희롱·성폭력근절추진단(이하 추진단)에 따르면 2020년 7월 추진단이 출범한 이후 피해자가 직접 신고를 하거나 제보를 받아 상담, 조사 등을 진행한 성 비위 사건과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모두 95건에 달한다. 성희롱 등 성 비위 사건은 59건으로 이 중 가해자 징계까지 이어진 사건은 총 5건이다. 징계 유형은 견책 1건, 감봉 2건, 정직 1건, 해임 1건이다.

부산시 성희롱·성폭력근절추진단
성 비위·직장 내 괴롭힘 95건 처리
인력 7명으로 늘어도 업무 부하
고질적 조직 문화 해소 권한 부족
실질적 역할 위해 확대 개편 절실

추진단은 4명에서 출발해 현재 추진단장 1명, 조사담당자 3명, 일반직 공무원 3명 등 7명으로 확대됐다. 출범 당시보다 인력이 배가량 늘기는 했지만, 1년 6개월여 만에 100건에 가까운 사건을 처리하면서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추진단이 직접 조사 권한을 갖는 대상 업무는 부산시청뿐 아니라 시 직속기관과 사업소에서 벌어지는 성 비위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포괄한다. 출자출연기관 등 공직유관단체와 16개 구·군에 대해서도 기관장의 비위일 경우 직접 조사할 수 있다.

특히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상담인 경우 사건 처리가 종료되더라도 피해자의 치유를 위해 지속적으로 상담을 이어가야 한다. 일정 횟수를 정해 진행하는 심리 상담과는 성격이 다르다.

게다가 추진단이 집계한 사건에는 피해자가 여러 명인 경우도 포함된다. 추진단 관계자는 “상담을 신청하는 숫자는 늘어나는데 상담 인력이 부족하면, 자칫 상담이나 조사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추진단의 직제상 위치도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을 제한한다. 추진단은 부산시 감사위원회 조사담당관 산하 팀 조직으로 사건 조사 측면에서는 강력한 권한을 갖지만, 사건의 공통분모로 지적되는 조직 문화와 고용 형태 문제를 해소할 권한은 부족하다.

앞서 2019년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은 ‘미투 운동 이후 성폭력 대응체계의 효율적 운영방안’ 연구를 통해 부산시 차원 성폭력 피해 대응 전담기구 형태로 △시장 직속 별도 위원회 △시장 직속 감사위원회 내 (가칭)성인권보호담당관 구조 등 2가지 안을 제시했다. 두 번째 안은 감사위원회 내 기존 조사담당관과 청렴감사담당관에 더해 별도 담당관 조직을 신설하라는 것이었는데, 현재 추진단은 이보다도 축소된 형태다.

고혜경 추진단장은 “사건이 발생한 기관의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고용 형태와 내부 문화로 인해 이미 곪아있는 탓에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는 경우를 목격하게 된다”며 “조직문화를 개선해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을 줄이려는 노력이 동시에 수반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 단장은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위해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 인력이 충원된 형태로 추진단 확대 개편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손혜림·나웅기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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