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 대신 싸늘한 시선… ‘피겨 간판’ 발리예바 ‘눈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16)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도핑 논란에 휩싸이면서 그를 바라보는 스포츠팬의 눈길은 싸늘했다. 올림픽 첫 무대에 오른 한국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유영과 김예림은 각각 6위와 9위에 올라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한다.

발리예바는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44.51점, 예술점수(PCS) 37.65점을 받아 총 82.16점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쇼트프로그램(90.45점), 프리스케이팅(185.29점), 총점(272.71점) 등 여자 싱글 세계기록을 보유한 발리예바는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쇼트에서 82.16점으로 1위
경기 후 말 없이 빠져나가
국내 중계방송 해설자 ‘침묵’
‘도핑 파문’에 취재진 북새통
유영, 프리에서 메달권 노려


하지만 발리예바는 지난해 12월 러시아에서 열린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실시한 도핑 검사에서 금지약물인 ‘트리메타지딘’ 양성 반응이 나왔다. 검사 결과는 베이징 올림픽이 시작된 뒤 지난 8일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에 전달됐다.

이후 RUSADA는 발리예바의 자격 일시정지를 결정했지만 결국 철회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이에 반발하며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으나, CAS는 발리예바가 만 16세 이하 보호선수에 해당한다는 점 등으로 IOC의 이의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발리예바는 올림픽 피겨 경기에 출전했으나, 그를 향한 시선은 차가웠다. 국내외 중계방송 해설자는 발리예바의 경기 때 항의 표시로 아예 입을 닫아버렸다. 하지만 러시아만큼은 발리예바의 편이었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선수단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차가운 시선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인지 연기를 마친 발리예바는 눈물을 글썽이며 링크를 떠났다. 그는 이어 약 50명이 기다리고 있던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도 단 한 마디 말도 없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발리예바의 ‘약물 파동’이 발생하면서 연일 엄청난 취재진이 몰리고 있다.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열리는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 미디어 출입구 앞에 가면 매일 긴 줄을 발견할 수 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방역 문제로 훈련장 입장 인원을 50명으로 제한하는데, 선착순으로 취재 기회를 주다 보니 수많은 취재진이 아침부터 줄 서기에 나서는 것이다. 미디어의 관심 발리예바의 ‘도핑 파문’에 온통 집중된 모양새다.

발리예바가 메달을 따면 시상식을 열지 않겠다던 IOC는 16일 발리예바가 메달권에 들면 ‘별표’를 붙일 것이라고도 발표했다. 이는 도핑 논란이 해결될 때까지 발리예바의 기록을 ‘잠정 기록’으로 판단하겠다는 조처다.

IOC는 발리예바가 금지약물 문제에서 깨끗하다는 결론이 나올 때까지 메달을 보류할 참이다. 특수 표식도 도핑 수렁에서 빠져나와야 지워진다. 따라서 올림픽 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도핑 조사에서 규정 위반이 드러나면 발리예바가 뛴 피겨 단체전 순위, 피겨 여자 싱글 순위는 뒤바뀔 수 있다.

한편 쇼트프로그램 6위에 오른 유영은 1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에서 메달권 진입을 노린다. 쇼트프로그램 3위인 사카모토 가오리(일본·79.84점)와 9.5점 차이여서 프리스케이팅에서 클린 연기를 펼친다면 메달도 가능하리란 전망이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