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 앞두고 총구 돌린 러시아… ‘전운’ 걷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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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코앞’까지 갔던 우크라이나 위기가 1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군 병력 일부 철수로 일단 한숨을 돌렸다. 미국이 ‘침공 예상일’로 지목했던 16일을 하루 앞둔 시점에 극적 반전이 이뤄진 셈이다. 하지만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가 언제든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는 상태라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를 의식한 듯, 러시아는 16일 크림반도에서 훈련을 마친 부대가 원주둔지로 복귀하는 동영상을 연이어 공개했다.

15일 러시아 군 병력 일부 철수
푸틴 대통령 “외교적 협상 계속”
당장 전쟁 피한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불발 가능성도 열려
미국·유럽 “러 침공 우려 여전”

■훈련 끝났으니 철수...러시아 속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5일 올라프 슐츠 독일 총리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일부 병력 철수를 확인하면서 “우리는 유럽에서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안전보장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훈련을 마치고 돌아가는 기갑부대라면서 ‘인증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어 러시아는 16일에도 크림반도에서의 병력 철수를 공개했다.

사실 러시아군의 복귀 발표 직전만 해도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일을 16일로 못 박으면서, 10여 개국 정부가 자국민의 철수 명령을 내리는 등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하지만 러시아는 오히려 보란 듯이 서방이 공표한 침공일 D-1일에 병력의 일부 철수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병력 철수가 예정된 훈련이 끝났기 때문에 원주둔지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방 언론이 제기하는 우크라이나 침공설은 ‘정보 테러’라고 비난했다.

앞서 14일 러시아 국영방송은 푸틴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의 단독 대면 회의를 공개했다. 회의에서 라브로프 장관은 “협상을 무한정 계속할 수는 없지만 지금 단계에서 그것을 계속하고 강화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고 푸틴 대통령은 “좋다”고 답했다. 이날 방송은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에게 협상을 위한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15일 ‘침공 시 단호한 대처’를 확인하면서도 “외교가 성공할 때까지 모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며 러시아와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포기 가능성은?

러시아의 이번 선택을 두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 가능성 시사도 한몫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즉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 포기를 공표하면 전쟁은 없다는 메시지를 러시아가 서방에 보내려 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을 지낸 바딤 프리스타이코 주영국 우크라이나 대사는 14일 BBC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과 관련한 입장을 바꿀 수도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가 어떤 심각한 양보(나토 가입 노선 포기)를 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당연히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일자 뒤늦게 프리스타이코 대사가 “오해”라며 입장을 번복했지만 이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설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토 가입을 계속 추진할 의사를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 중단’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에 병력 철수를 위한 조건으로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는 사안 중 하나다.



■그럼에도 여전히…불안감 존재

서방의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병력 복귀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이며,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경계한다.

NY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에 복귀한 군대는 우크라이나와 가까운 러시아 서부·남부지역 군대로, 언제든 쉽게 국경지대로 재투입될 수 있다”라며 “러시아군이 병력은 빼면서도 무기는 그대로 배치해 상황에 따라 신속히 국경지대에서 재무장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군 일부 병력이 복귀 중이라는 러시아의 주장이 아직 검증되지는 않았고, 우크라이나 군사 분쟁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야전 병원을 세우고 있다는 첩보를 전하고 “이는 러시아가 침공을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이날 우크라이나 국방부와 일부 은행이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 공격을 받는 일이 발생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공격의 배후로 지목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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