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고 높여 개방감 극대화… ‘듀플렉스 하우스’ 인기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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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는 부동산 시장에도 중요한 변곡점을 만들고 있다. 시중에 유동성을 높여 집값을 급등시킨 것 뿐만 아니라 집안 구조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도 크게 높였다. 리모델링 등 인테리어 시장이 급격히 커진 이유다. 건설업계에서는 개방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를 시도하고 있다. 서울 강남 인근 주거형 오피스텔 중 펜트하우스형 복층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부산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한 채로 두 가지 용도 사용 가능
일조량·환기량도 상승 효과
양정역 ‘아틀리에933’ 83㎡
‘빌리브 명지 듀클래스’ 최상층
‘해운대 디 엘본’ 일부 등 도입

■넓히지 못하면 높여라?!

최근 주택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는 수직 확장이다. 기존에는 3베이나 4베이 설계를 도입해 수평적으로 공간을 확장했다면, 이제는 층고를 높이는 형태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통상 최상층 펜트하우스에 복층형의 듀플렉스가 적용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거형 오피스텔의 중형 평수에도 듀플렉스가 도입되고 있다. 서울 강남 인근의 최고급 듀플렉스 하우스인 펜트힐루논현(75실)을 비롯해 아츠논현(66실), 루카831(337실), 파크텐삼성(96실), 더갤러리832(185실), PH129(29실)이 대표적이다.

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우면서 고급스러운 커뮤니티를 갖춘 곳들로, 고소득층이 주요 타깃이다. 이들 듀플렉스 하우스는 주거와 업무를 한 공간에서 분리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오피스와 주거 공간을 각각 구매하는 것보다 듀플렉스 한 채를 구입해 두 가지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듀플렉스가 부산의 주거형 오피스텔에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부산도시철도 1호선 양정역 앞에 들어서는 하이엔드 오피스텔 ‘아틀리에933’이다. ‘아틀리에933’은 아파트(72세대), 오피스텔(158실), 근린생활시설(26호) 등의 규모로 조성되는데, 이 중 오피스텔 83㎡(64실)이 복층형이다. 83㎡은 2개층으로, 거실에서 천정까지 높이는 5.3m에 달한다. 일반적인 주거시설의 층고가 2.2~2.3m인 것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층고로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듀플렉스 1층에는 현관을 통해 주방과 침실, 거실, 욕실이 배치된다. 내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연결되는데, 2층은 안방과 드레스룸, 욕실이 구성되어 있다.

신세계건설이 명지국제신도시 내 공급하는 주거형 오피스텔 ‘빌리브 명지 듀클래스’에도 일부가 복층형이다. 총 4개 단지 1083실을 공급하는 ‘빌리브 명지 듀클래스’는 전용면적 84㎡ 단일 평형으로 구성됐다. 총 16개 타입 중 최상층에 위치한 8개 타입에 듀플렉스 구조가 적용됐다. 이들을 제외한 일반 실의 층고도 2.5m로 설계해 개방감을 높였다.

해운대구 우동 일대에 들어서는 주거형 오피스텔 ‘해운대 디 엘본’은 전용면적 54~84㎡의 총 6가지 타입으로 설계되는데, 이 중 일부가 듀플렉스 구조다. 1층과 2층 각각 2.4m 층고로, 천장까지 높이가 총 4.8m이다.



■확트인 개방감 선호 뚜렷

기존 주택의 층고는 국토교통부의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고 있다. ‘거실의 실내 층고는 2.2m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업체들이 최저 선을 맞춘 것이다. 이보다 층고가 높아지면 건축비가 올라가고 용적률이 감소해 건설사의 수익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넓은 공간이나 개방감을 높인 공간에 대한 선호가 뚜렷해지자 업계에서 층고 높은 집을 속속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주거형 오피스텔의 층고 상향 조정은 낮은 전용률을 보완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통상 공급면적 대비 전용률이 80%인 아파트와 달리 오피스텔은 50% 수준에 불과하다. 오피스텔은 복도나 엘리베이터 등 공용 공간이 아파트보다 크기 때문이다. 또 아파트는 서비스 면적으로 발코니가 있어 실제 전용면적이 큰 반면, 오피스텔은 발코니가 없어 상대적으로 좁다. 층고를 높이면 같은 면적이라도 트인 느낌을 줄 수 있다.

주거형 오피스텔이 아파트와 차별화 전략으로 층고를 높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청약 문턱이 높아지면서, 주거형 오피스텔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많아지자 업계가 고급화로 승부수를 띄운다는 것이다. 입지가 좋고, 고급 커뮤니티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면 아파트가 아닌 주거형 오피스텔도 꺼리지 않는 것이 요즘 분위기다. 아파트 선호가 높은 기성세대보다 개성있는 공간을 연출하고 싶어하는 젊은층과 신혼부부의 관심이 높다.

업계에서는 천장 높이가 10cm만 높아도 개방감이 확연히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같은 면적이라도 층고에 따라 체감 면적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층고가 높아진만큼 창문 크기가 커져 일조량이 늘어나고, 환기량이 커져 공기질도 좋아진다. 최근 가전이나 가구의 대형화 추세도 층고가 높은 집에 대한 선호를 부추긴다. 층고 높은 집은 수납장을 키울 수 있어 수납을 많이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영래 부동산서베이 대표는 “코로나19로 생활 공간에 대한 활용도와 쾌적성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듀플렉스를 도입하거나 층고를 높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발코니 확장, 주방 특화 등 주택 평면에 대한 다양한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이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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