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사람 위한 연탄처럼, 이들을 대변하는 단체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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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칠 부산연탄은행 대표

“‘연탄은행’이라고 하면 연탄 배달만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무료 급식이나 저소득 가정의 자녀를 위한 공부방 등 다양한 지원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연탄을 써야 하는 분들처럼, 시대의 가장 어려운 이들을 대변하는 단체가 되고자 합니다.”

부산연탄은행 강정칠(53) 대표는 2004년부터 20년 가까이 지역의 어려운 가정에 연탄을 지원해 오고 있다. 지난해 연탄은행 손을 거쳐 배달된 연탄만 600만 장. 이 연탄은 쪽방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 추운 겨울에도 몸을 덥힐 수 있는 온기가 되었다. 올 겨울이 끝나는 3월까지 연탄 배달은 계속 이어진다. 연탄은행은 ‘우리가 어려운 사람을 위한 연탄 한 장이 되자’는 모토 아래 정부 지원을 한 푼도 받고 오로지 후원으로 운영된다. 강 대표는 “연탄 배달을 한다고 하면 ‘아직도 연탄을 쓰는 집이 있느냐’는 말을 듣는다”며 “아직도 연탄에 의지해야 할 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분이 있다는 걸 꼭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가 처음 연탄은행 문을 열었을 때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연탄을 쓰는 세대가 1000곳 정도 된다고 한다. 주로 도시가스 등 인프라 시설이 부족한 산복도로 마을이다.

20년 가까이 연탄 600만 장 배달
쌀 나눔·공부방 지원·빨래방 운영도
후원금과 자원봉사자 절반 줄어 걱정

이 외에도 연탄은행이 하는 지원 사업은 다양하다. 2008년부터 취약계층 주민에게 쌀 2000포(2만kg)씩 매년 지원하고 있으며, 저소득 가정 자녀를 위한 공부방도 운영 중이다. 지난해 1월에는 사무실 바로 옆에 특별한 세탁소를 열었다. 겉보기엔 일반 코인세탁소와 다를 바 없지만, 이곳 수익금은 전액 기부된다. 연탄은행은 부산 서구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한 달에 한 번씩 취약계층의 이불을 수거한 뒤 세탁해서 돌려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왜 연탄은행에서 빨래방을 운영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흔히 ‘쪽방’이라고 부르는 4평 남짓 공간에 사는 어르신들은 이불 같이 부피가 큰 걸 빨래하기 매우 어렵거든요. 그러다 보니 이불을 너무 오랜 기간 사용하셔서 위생 문제가 생기곤 합니다. 아예 새 이불을 사드린 적도 있지만 ‘아깝다’며 안 쓰시는 걸 보고 ‘차라리 빨래를 해 드리자’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재작년부터 유행한 코로나 탓에 온정의 손길이 뚝 끊긴 건 그의 걱정거리다. 강 대표는 “2020년에 들어온 후원금은 직전년도 대비 60% 줄었다”며 “개인이나 소기업 후원이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아직도 줄어든 후원금은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연탄 나르는 걸 도와주는 자원봉사자도 8000명에서 2000명으로 반의 반토막이 났다. 그는 “아직도 연탄을 때는 이들을 위해 많은 시민 여러분의 온정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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