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법무사가 사건 실질 대리하면 변호사법 위반”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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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회생 등 사건 제출서류 일괄 처리
1심 무죄 나왔으나 결국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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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사가 개인회생 등 비송사건(소송이 아닌 사건) 처리를 주도하면서 서류 작성·제출 대행에 그치지 않고 의뢰인을 위해 사건의 신청과 수행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실질적으로 대리했다면 변호사의 업무 범위를 침해한 것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대법관 주심 이흥구)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은 A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추징금 3억 2000여만 원 명령도 그대로 유지된다.

A 씨는 2010∼2016년 개인회생, 파산 등 사건 386건을 맡아 4억여 원 상당의 수임료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이 기간 의뢰인을 대신해 개인회생신청서나 채권자 목록, 재산 목록, 수입지출 목록, 진술서, 변제계획서안 등을 작성해 법원에 낸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개인회생 등 사건에서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 작성을 위임받아 제출을 대행한 것일 뿐 변호사법이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에게만 허용하는 대리 행위를 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재판부에 따르면 A 씨는 법무사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직원으로 하여금 개인회생사건 상담을 하게 했고, 의뢰인이 법원 양식에 맞춰 개인회생 절차 개시 신청서나 변제계획안 등 초안을 내면 사무실은 A 씨의 검토를 거쳐 이를 법원에 제출했다.

개인회생 관련 법원 예규를 보더라도 각종 서류는 양식과 작성 요령이 정형화돼있으므로 A 씨가 대리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나 2심은 유죄로 판단을 뒤집고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가 개인회생이나 파산 등 사건을 취급할 때 서류 작성이나 제출 대행을 기준으로 수임료를 책정한 게 아니라 '사건당 수임료'를 받았고, 사건 하나를 통째로 맡은 뒤 채권자 목록, 재산·수입지출 목록, 진술서, 변제계획안, 보정서 등을 법원에 내고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서류 보정이나 송달 같은 업무를 포괄적으로 처리했으니 변호사가 할 수 있는 대리 행위를 한 셈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를 단순한 서류 작성 대행, 제출 대행이라고 볼 수 없고 변호사법을 위반해 사실상 그 사건의 처리를 주도하면서 의뢰인들을 위해 사건의 신청과 수행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실질적으로 대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A 씨의 범행과 같은 개인회생 사건 또는 개인파산·면책 사건이 수임한 때로부터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 종료된다거나 일부 관련 서류를 동시에 접수할 필요가 있다는 특징이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2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처벌을 확정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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