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시간 벌었는데도… 김해 전국체전 경기장 아직 ‘맨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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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24년 전국체전을 위해 김해시가 설계변경을 한 종합운동장 조감도. 최초 설계에서 관중석 상단 차양막과 태양광 시설 등이 추가됐다. 오른쪽은 종합운동장 건설 공사를 진행 중인 현장 모습. 김해시 제공

경남 김해시가 오는 2024년 열리는 전국체전 개최에 차질을 빚는 게 아닌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체전에 대비해 종합운동장을 건립하면서 잦은 설계변경에 따른 실행계획 지연으로 건축 공사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2023년 전국체전이 코로나19 여파로 1년 순연돼 2024년으로 개최 시기가 변경됐는데도 핵심 시설인 종합운동장 건립 시기가 턱없이 늦어지고 있다.

코로나로 체전 연기, 사업기간 여유
지난해 초 1차, 연말 2차 설계변경
2024년 4월 완공계획은 이미 차질
김해시 “시설 활용 효율 제고 위한 것”

이에 따라 지역 일각에선 전국체전이 1년 연기되지 않았다면 체전 개최권 자체를 반납해야 하는 초유의 상황이 일어날 수 있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김해시와 공사 업체 등에 따르면, 2024년 가을 김해에서 치러질 전국체전의 주 경기장으로 사용될 종합운동장이 현재 부지 정리를 위한 토목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

새로 건설 중인 체전 주경기장은 김해시 삼계동 기존 종합운동장과 접한 곳에 지하 5층, 지상 3층, 연면적 6만 8491㎡ 규모다. 관람석 1만 5082석, 주차빌딩 1동 등으로 설계됐다.

사업비 1201억 원을 들여 2020년 4월 착공한 이 경기장은 2023년 전국체전에 대비해 내년 7월 완공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전국체전이 무산되면서 이후 개최 예정 도시가 1년씩 순연됐고, 김해시 개최연도 역시 2024년이 됐다.

사업 기간에 여유가 생기자 김해시는 설계 변경을 추진했다. 전국체전 개최 이후 종합운동장 관리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성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지난해 초 종합운동장 공간 활용과 시민 편의시설 확충을 중심으로 1차 설계변경을 한 데 이어, 지난해 하순 2차 설계변경을 진행 중이다. 2차 설계변경은 종합운동장 1층 전면에 임대수익을 위한 실내공간을 대폭 확대하고, 관중석 상단에 지붕모양의 차양시설을 설치해 이 차양시설 외벽에 수익형 태양광 설비를 추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는 현재 2차 설계변경과 관련해 설계내용과 사업비 추가문제 등을 놓고 시의회와 최종 협의를 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설계변경과 관련한 제반 사항을 마무리 짓고 다음 달 중에 본격 건축공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설계변경 탓에 종합운동장 건축공사는 크게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이었던 건축물 착공 계획이 4개월여 지체됐고, 운동장 완공 시점 또한 2024년 4월에서 그 해 8월께로 늦어지게 됐다. 이 완공시점은 겨울철 혹한기와 여름철 우기 등 돌발 변수가 없을 때 가능한 것이다. 자칫 공사 기간이 1~2개월만 늦춰져도 전국체전 개최가 불투명해진다. 최근 중대재해법 시행과 함께 대형 건설 사고가 잇따라 공사를 무리하게 다그칠 수도 없다.

게다가 김해시는 전국체전 규모의 큰 대회를 처음 치른다. 종합운동장을 서둘러 준공한 뒤 사전에 전국 규모 육상대회 등을 유치해 체전에 대비한 운영 역량 등을 점검할 계획이었으나 이 역시 벌써 물 건너간 셈이다.

지역의 한 시의원은 “김해시 사상 최초의 전국체전 유치로 시가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한다고 밝혔는데도 주경기장 시설 공사가 늦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의회 회기가 열리면 체전 준비상황에 대해 제대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해시는 종합운동장 설계 변경이 전국체전 개최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재형 김해시 체전준비단장은 “종합운동장 신축 등 시설 인프라는 체전 개최에 맞춰 차질없이 잘 준비되고 있다”며 “개최가 1년 연기된 만큼 체전 이후 효율적인 시설 활용방안 마련을 위해 지역 체육계와 기술심의위원회 의견을 반영해 설계변경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태백 기자 jeong1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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