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마다 ‘법 위’로 달리는 유세차량… “여야 스스로 자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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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대선 선거운동 현장을 다니는 후보자 공식 유세차량 모습. 부산일보DB

선거철마다 유세차량 관련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지만, 경찰과 일선 지방자치단체가 몸을 사리며 법규 위반 행위를 사실상 방관해 안타까운 사고를 키운다는 지적이 인다. 법규를 어긴 마구잡이식 유세에 따른 사고가 잇따르자 정치권이 스스로 자제하는 모습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4일 부산 남구청과 동구청 등에 따르면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선거유세차량은 선거유세 기간 중 불법 주정차를 하더라도 ‘부득이한 사유’로 인정해 과태료를 면제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5년 각 지자체에 발송한 과태료 면제기준을 지침으로 삼은 것이다.

불법 주정차·개조·짐칸 탑승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인정, 예외 조치
과태료 등 면제, 단속도 손 놓아
관행적 불법 유세, 사고 위험 키워

이에 지자체들은 선거 유세차량이 불법 주정차를 하더라도 단속하지 않는다. 지난 20일과 21일 동구 초량동 한 교차로 갓길엔 한 대선 후보 유세용 승용차가 세워져 있었다. 주차 현장에서 20m 떨어진 곳엔 공영주차장이 있다. 동구청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유세차량은 과태료 면제 대상으로 되어 있어 아예 단속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5~16일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가 부산 지역에서 이틀간 ‘라보’ 화물차 짐칸에 탑승해 선거 유세를 벌인 행위(부산일보 2월 17일 자 6면 보도)에 대해서도 경고 조치로 끝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찰청 2020년 교통단속 처리지침에 따르면 위반 차량이 도로교통법상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교통질서 안내장을 발송해 경고 처리한다. 선거 유세차량의 불법 주정차를 ‘부득이한 사유’로 인정하는 예외 조치가 화물칸 탑승에도 유사하게 적용된다면, 도로교통법상 범칙금 5만 원이나 과태료 20만 원 상당 처분에 해당하는 행위가 경고 조치로 마무리될 수 있는 것이다. 공익 신고를 접수한 부산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해당 사건에 대해 어떤 조치를 내릴지 결정되지 않았다”며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만 밝혔다.

선거철 길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유세차량도 불법 개조된 사례가 대부분이지만, 실제 단속과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선거 유세차량은 일반 화물차의 화물칸을 확장해 발전기를 탑재하고, 대형 LED 전광판을 설치하는 등 구조변경이 이뤄진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구조·장치 변경 승인을 받지 않고 불법 개조를 했다 적발되면 차량 소유자와 운전자에게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이 내려진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자체 담당 인력이 부족해 시민 신고에 의존하는 상황”이라며 “신고로 불법 개조 사실을 확인하면 처벌할 수 있지만 이번 선거 기간 중 유세차량의 불법 개조를 적발해 단속한 사례는 없다”고 전했다.

선거철마다 유세차량의 불법 개조와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크고 작은 사고가 나 인명피해도 발생하는 만큼 각 정당이 자정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는 공식 유세 첫날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유세차량에서 일산화탄소 유출 사고가 나 2명이 안타깝게 숨지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유세 차량이 부산지역 굴다리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2명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사고가 잇따랐다. 이 같은 사고가 일어난 뒤에야 각 정당은 뒤늦게 안전 지침을 강화했다. 한 교통 전문가는 “지금껏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선거 유세 방식은 당연히 위험하다”며 “특히 화물칸에 탑승한 상태에서 사고가 나 인명 피해가 난다면 보험 처리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단속 주체의 결단도 필요한데, 선거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며 “각 정당이 가능한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유세에 나서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손혜림·김동우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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