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집이란 버팀목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장형진 동의과학대학교 부동산재테크정보과 교수

지난해 상반기까지 국내 주택시장은 소위 ‘불장’이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불과 2년 안팎 동안 주택, 특히 아파트 가격 상승은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빠르게 번져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전년 상승분을 2배를 뛰어넘을 만큼 큰 폭으로 상승했다.

코로나 전후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가치 상승 릴레이가 정상 범주에 속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이에 대한 원인을 어느 하나로 손꼽기도 어렵다. 경기부양을 위한 저금리 정책, 과도한 재정지출, 공급 부족, 신축 아파트에 대한 예상을 넘어선 초과수요 등 다양한 요인들이 겹쳐 이러한 현상을 빚었다.

그러나 정부는 집값 폭등 주범을 ‘투기 세력의 시장개입’으로 지목하고 수요억제정책만을 일관되게 펼쳐왔다. 이러한 수요억제정책이 절정에 이른 지난해 하반기에 이르러서야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이 둔화하고, 최근 시장에는 거래량이 거의 반토막 이상 떨어진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추이를 지켜보자면, 단순히 거래 없는 가격 둔화나 일부 가격 하락만으로는 지금 주택 가격이 정상적인지 혹은 본격적인 집값 안정세로 돌아선 것인지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오히려 미봉책에 가깝다.

특히, 그간 40, 50대가 주택 주 매수자였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20·30세대의 주택 매수 열기가 가히 폭발적이었다. 10대까지 이른바 부모 찬스를 활용해 이러한 열기를 더욱 불 지폈다. 이러한 형국에 ‘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을 매입한다’라는 ‘영끌’이란 신조어마저 등장했다.

그러나 이들 대다수 동기 이면에는 부동산을 통한 시세 차익이란 투자보다는 ‘내 집 마련’에 대한 절박함이 더욱 컸다. 임금 상승률 이상으로 자산가치가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 속에서 ‘지금 이때가 아니면 과연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에 대한 자문자답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몸소 실천한 것이다.

서민들에게 있어서 내 집 마련은 꿈이다. 집은 삶의 세 가지 기본 요소인 의식주 그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다. 대다수에게는 나와 가족의 보금자리이기도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녀 결혼자금 혹은 주택연금 등 노후를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일각의 ‘공공임대 아파트도 있는데 왜 굳이 내 집을 사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식의 질타는 맞지 않는다. 또한,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 상황에서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인식된 점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서민들의 꿈을 외면한 채 실질적인 대책보다는 규제의 칼날만을 겨누는 것은 합당한 해법이 아님은 분명하다. 지난해 8월에는 5대 시중은행 중 하나인 농협이 정부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지키기 위해 연말까지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주요 대출을 중단하는 초유의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청년이 대다수인 무주택자 경우 사실상 내 집 마련이 원천적으로 봉쇄당한 것이다. 이제는 시장 안정과 더불어 청년,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를 위한 부동산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시점이다.

최근 종영한 한 드라마 속 대사가 떠오른다. “집이란 그런 것 같습니다. 돈 한 푼 들어있지 않은 명품 지갑은 들고 다닐 수 있지만 돈 한 푼 없이 멋진 집에 살 수 없는 일. 집은 그렇게 숨길 수 없는 내 위치인 것 같아요. 오늘은 정말 술 한 잔이 간절하지만 돈 아껴야 내 집을 가질 수 있겠죠. 꾹 참아 보렵니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