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투표함도 못 봤는데” 턱 높은 참정권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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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읍 기장군장애인협회 사무실에서 기장군선거관리위원회가 마련한 장애인용 특수기표보조용구 시연회에서 한 장애인이 입으로 기표하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기장읍 기장군장애인협회 사무실에서 기장군선거관리위원회가 마련한 장애인용 특수기표보조용구 시연회에서 한 장애인이 입으로 기표하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부산지역 투표소 10곳 중 1곳은 장애인 편의시설을 전혀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부산지역 대선 투표소 918곳 중 장애인 편의시설이 전무한 투표소는 87곳(9.5%)이다. 중앙선관위가 분류한 장애인 편의시설에는 승강기, 점자 유도 블록, 장애인 화장실 등이 있다.


휠체어 접근 못 하는 투표소 허다

투표사무원 투표함 대신 투입도

대리투표 논란에도 선관위 뒷짐


구·군별로는 서구가 투표소 37곳 중 7곳(18.9%)이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어 접근성이 가장 낮았고, 부산진구 14곳(15.7%), 기장군 6곳(12.8%) 등이 뒤를 이었다.

승강기가 없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아예 투표소에 가기 어려운 곳도 있다. 건물의 지하나 2층 이상에 있는 투표소 164곳 중 승강기가 없는 투표소는 25곳(15.2%)이다.

장애인 참정권을 위한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나 선관위는 예외 규정 뒤에 숨어 장애인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공직선거관리규칙에 따르면 투표소는 1층이나 승강기 등 편의시설이 구비된 곳에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적절한 장소가 없는 경우’를 예외로 허용한다.

선관위는 승강기가 없는 투표소는 건물 1층에 임시기표소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투표사무원이 투표함에 기표 용지를 대신 넣는다. 이는 이번 사전투표 논란과 마찬가지로 직접선거를 규정하는 헌법과 공직선거법 규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비장애인들의 항의로 ‘대리투표’ 논란이 빠르게 공론화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장애인들은 오랫동안 참정권 실현을 위해 대리투표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장애인 유권자의 투표권 침해 소지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규칙 개정이 논의된 바는 없지만 사회적 합의에 따라 검토해 볼 수는 있다”고 밝혔다.

부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윤지환 권익옹호담당자는 “비좁은 투표소 승강기 내부에 휠체어로 겨우 탑승했는데, 문이 열리자 안전장치도 없는 계단식 복도가 바로 나타나 위험했다”며 “모든 국민이 선거권을 가진다는 헌법 원칙이 투표소에서 지켜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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