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차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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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동차 업계에는 ‘작은 차의 반란’으로 불릴만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중소형차에 대형차나 럭셔리카에 적용되던 각종 안전·편의 장치나 인테리어를 탑재하고 있는 것이다. 고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무늬만 작은 차이고 실제로는 ‘고급’이나 ‘첨단’으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먼저 안전장치에 있어서 일부 브랜드의 경우 중소형차와 대형차의 구분이 안될 정도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이달 중 출시되는 6세대 완전변경 모델 ‘더 뉴 C클래스’ 전 라인업에 S클래스와 E클래스에 장착된 사양들을 대거 적용했다고 8일 밝혔다.

중소형차에 대형·럭셔리카 첨단·고급 장치 탑재
벤츠 ‘더 뉴 C클래스’에 E·S 클래스 사양 적용
현대 ‘쏘나타’에 고급 세단용 후면 전동식 커튼
르노삼성 ‘SM6’에 제네시스급 최첨단 램프 적용

주행보조시스템의 경우 기존 모델에는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가 탑재됐으나 이번에는 진화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 플러스’를 장착했다.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며 자동 속도 조절, 제동·출발을 지원하는 ‘액티브 디스턴스 어시스트 디스트로닉’과 ‘액티브 차선 이탈 방지 어시스트’, 운전자가 안전하게 차선을 변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액티브 차선 변경 어시스트’, 사고 발생 이전에 위험 상황을 감지해 탑승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프리-세이프’ 등이 들어있다.

안전 측면에선 지난해 7세대 완전변경 모델로 나온 ‘더 뉴 S클래스’ 못지 않다. 6000만 원대 차로 1억 5000만 원 안팎인 S클래스를 경험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더 뉴 S클래스를 통해 최초로 선보인 2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됐고, 센트럴 디스플레이 아래의 지문 스캐너로 사용자 로그인을 할 수 있다. C클래스는 이처럼 S클래스를 닮은 곳이 많아 ‘베이비 S클래스’라는 애칭이 붙었다.

또한 더 뉴 E클래스에서 최초로 선보인 차세대 지능형 스티어링 휠도 전 라인업에 기본 적용됐다.

벤츠코리아 측은 “제품 출시 순서가 S클래스 출시 직후에 C클래스 풀체인지 모델이 나와 S클래스에 소개됐던 새 디자인이나 기술들이 대거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볼보차의 경우에도 안전사양만큼은 차급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는 ‘안전은 옵션이 될 수 없다’는 브랜드 철학에 따른 것이다. 쿠페형 SUV 순수 전기차인 ‘C40 리차지’에 장착된 진화된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 안전사양들은 국산과 수입차를 통틀어 최고 수준이다.

중소형차들의 편의 장치도 고급화 추세다. 기아가 지난 1월 출시한 친환경 전용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니로(하이브리드)’에는 그린존 드라이브 모드 2세대가 탑재돼 있다. 이는 현대차그룹 산하 브랜드에서 최초로 적용된 것으로, 대기 환경 개선이 필요한 그린존 주변도로 진입시 전기 모드 주행을 확대하는 기술이다.

중형 세단 ‘K5(시그니처 트림)’에는 고급차에 있는 후진연동 자동하향 아웃사이드 미러가 있다. 후진시 아웃사이드 미러가 자동으로 바닥을 향하게 돼 후진과 후진 주차를 편하게 해준다.

현대차 ‘쏘나타(인스퍼레이션 트림)’의 경우 고급 세단이나 럭셔리 수입카에 장착돼 있는 후면 전동식 커튼이 장착돼 있다. 이는 후면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햇볕을 차단하는 커튼으로, 후진으로 변속하면 리어 커튼이 자동으로 내려가 차량 뒤쪽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르노삼성차의 중형 세단 ‘SM6’에 적용돼 있는 최첨단 라이팅 시스템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는 이 차보다 위급인 제네시스나 기아 ‘K9’ 정도에 적용된 사양이다. 야간에 어두운 도로에서 마주오는 차량에 맞춰 상향등 밝기를 알아서 조절해주는 기능이다.

지난 1월 출시된 폭스바겐의 8세대 ‘골프’도 소형 해치백이지만 같은 브랜드의 대형 SUV ‘투아렉’에 있는 ‘IQ.라이트-LED 매트릭스 헤드라이트’가 적용돼 있다. 또한 같은 브랜드의 중형 세단 ‘파사트’의 운전자 보조 시스템 ‘IQ.드라이브’도 골프에 탑재됐다.

지난주 국내 미디어에 공개된 쉐보레의 소형 전기차 ‘2022년형 볼트 EV’와 소형 SUV 전기차 ‘볼트 EUV’에는 캐딜락이나 쉐보레 대형 차량에 장착된 ‘디지털 리어뷰 카메라’가 탑재돼 있다. 볼트 EV는 옵션사양이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고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낮은 차급이라고 하더라도 첨단·고급 사양을 적용하는 모델이 늘고 있다”면서 “차량 가격에서 다소 부담이 되지만 고객 입장에선 안전이나 편의 측면에서 선호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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