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냐 아저씨’로 만나는 우리 곁의 ‘낀 세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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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극단은 ‘바냐 아저씨’를 통해 우리 시대 낀 세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픽·사진=김솔

‘바냐 아저씨’로 낀 세대의 이야기를 만난다.

부산시립극단은 제71회 정기공연 ‘바냐 아저씨’를 무대에 올린다. 시립극단 올해 첫 공연작인 이 연극은 11일부터 13일까지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공연한다. ‘바냐 아저씨’는 안톤 체호프의 4대 장막 희곡 중 하나이다. 사실주의 연극을 완성한 체호프가 1897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바냐 아저씨’는 2021 부산국제영화제 화제작인 일본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에도 연극 제작 과정이 주요 장면으로 등장해 주목 받았다.

부산시립극단 제71회 정기공연
11~13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바냐 아저씨’에는 처자식이 없는 마흔일곱 살의 남자 바냐가 등장한다. 바냐는 조카 소냐, 어머니 마리야와 함께 오랫동안 시골의 영지를 관리하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어느 여름 바냐의 죽은 누이 베랴의 남편이자 소냐의 아버지인 세례브랴꼬프 교수가 새 아내를 데리고 영지 내 저택에 머무르게 된다. 이로 인해 사람들의 일상에 균열이 생겨난다. 바냐는 자신이 긴 시간 지원한 세례브랴꼬프의 학술 연구에서 위선을 느끼고 큰 실망과 허탈감에 빠진다. 바냐는 세례브랴꼬프의 젊고 아름다운 아내 옐레나에게 구애를 하기 시작한다.

이번 공연은 극작가 겸 연출가인 성기웅이 대본 윤색과 객원 연출을 맡았다. 성 연출가는 자연스러운 입말투 대사에 풍부한 감정을 담아낸다. 시립극단 배우들은 밀도 높은 앙상블 연기를 선보인다. 연극은 진지하면서도 유머 감각이 있는 바냐 아저씨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부산시립극단은 지난 2년간 안톤 체호프 시리즈 공연을 시즌 작업으로 선보였다. ‘바냐 아저씨’는 기존 시리즈 공연과는 별개이지만, 시립극단이 선보이는 네 번째 체호프 작품이 된다. 성 연출가는 “앞서 시립극단이 공연한 체호프 작품이 실험적이고 해체적인 관점에서 다뤄졌다면, ‘바냐 아저씨’는 체호프 특유의 연극적 세계를 살리는 작업으로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성 연출가는 ‘바냐 아저씨’를 지금 시대의 세대 간 갈등과 연결 지었다. 이 작품에는 러시아 구 체제가 붕괴되어 가던 시절의 분위기가 간접적으로 담겨 있다. 과거에는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이 되려 했던 사람들이 기성세대가 되면서 일어나는 갈등이 현재와 닮아 있다. 성 연출가는 “주인공이 제 나이이기도 해서 원작을 윤색, 낀 세대로 그려진 부분을 확대 해석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통하는 연극으로 만들어냈다”고 전했다.

또한 성 연출가는 고전 희곡에 현대의 젠더 감각을 더했다. 그는 “체호프는 남자 작가지만 여성적 섬세함이 있다”며 “하지만 나이 든 교수와 젊은 아내, 두 중년 남자의 구도 등 요즘 감각으로 봤을 때 다시 살펴볼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부산시립극단 김지용 예술감독은 “체호프의 다른 작품과 달리 동시대성이 있는 ‘바냐 아저씨’를 성 연출가가 소품 하나까지 신경 써서 굉장히 세밀하게 연출해냈다”며 “무대를 객석으로 최대한 많이 빼서 관객과 가까워지도록 했다”고 말했다. ‘바냐 아저씨’는 11일 오후 7시 30분, 12·13일 오후 5시에 공연한다. 관람료는 R석 3만 원, S석 2만 원, A석 1만 원이다. 051-607-6000.

오금아 기자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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