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겨울 가뭄에 남부 지역 산·농경지 “탄다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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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겨울 가뭄이 심각해지면서 경남 거창군 남상면 월평리 양파밭에 양수기를 동원해 물을 공급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거창군 제공

50년 만에 찾아온 극심한 겨울 가뭄으로 남해안 도서지역을 비롯한 경남·북지역 산과 농경지가 타들어 가고 있다. 이 때문에 잦은 산불 발생과 마늘과 양파 등 노지 월동작물 생육이 부진해 영농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8일 기상청과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도내 강수량은 3.1mm로 평년 강수량 102mm의 3% 수준이다. 이처럼 올해 강수량이 급격하게 줄면서 대기와 토양이 메말라 건조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에서 최근 합천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비롯해 각종 화재도 잇따르고 있다.

경남 최근 강수량 평년의 3% 수준
산불, 지난해 동기 대비 2.3배 ↑
가뭄에 마늘 등 농작물 큰 피해
농민, 양수기 등 동원 물대기 분주

소방청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 6일까지 전국에서 일어난 산불은 모두 22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8건의 배에 달한다. 경남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7건과 비교해 2.3배나 늘어난 39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28일 합천에서 발생한 산불은 인근 경북 고령군까지 번져 28시간 만에 겨우 잡혔다. 한낮에 산불이 발생했는데도 극심한 가뭄과 강한 바람 등으로 진화에 애를 먹는 바람에 두 지역 주민 525명이 대피해야만 했다. 피해 산림면적은 축구장 950개와 맞먹는 675ha였다.

농민들은 마늘과 양파 등 월동작물 재배와 올해 농사 준비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늘 주산지인 남해와 창녕 등지에는 최근 강수량 부족으로 마늘 잎이 말라 들어가자 농민들이 양수기 등을 동원해 물대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양파 주산지인 함양과 거창 등지에서도 농민들이 양수 작업과 함께 급수차 등을 동원해 물비료를 살포하는 등 가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거제 고로쇠 수액 채취 농민들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거제고로쇠협회에 따르면, 고로쇠나무 군락이 있는 노자산을 중심으로 매년 1월 중순부터 3월까지 수액 채취가 이뤄진다. 봄이 오기 전인 2월 중순이 수액이 가장 많이 맺히는 시기다. 이맘때는 보통 4~5일이면 6L 한 봉지가 가득 찬다. 하지만 올해는 일주일을 기다려도 3분의 1을 채우기가 버겁다. 최악의 가뭄 탓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거제지역 강수량은 3개월을 통틀어 5.2mm에 그쳤다. 특히 2월에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2년 전 같은 기간 강수량이 274.8mm, 1년 전에도 114.9mm였던 것을 감안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수액 채취량도 급감했다. 거제 고로쇠 수액 연평균 생산량은 20만L 내외다. 많을 땐 30만~40만L까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올해는 평년의 30%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비자 수요까지 줄면서 가격은 오히려 떨어졌다. 여기에 인건비와 택배비 부담은 늘어 이중고다. 김형군 협회장은 “너무 가물다 보니 나무도 진이 빠진 상태”라며 “코로나19로 각종 축제까지 취소되는 통에 어렵게 채취한 수액도 제값을 못 받고 있다. 이래저래 갑갑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기상청은 지난 7일 발표한 ‘2021년 겨울철 기후 분석 결과’에서 “지난 겨울철(2021년 12월∼2022년 2월) 전국 강수량은 13.3mm로 1973년 이래 가장 적었다. 이는 평년(1991∼2020년 30년 평균) 강수량 89.0mm보다 75.7mm가 적은 것으로, 평년 대비율은 14.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지역별로 수도권 지역 강수량은 17.9mm로 평년(66.2mm) 대비 27.0%를 기록한 반면, 경남지역 강수량은 평년 대비 3.0%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가뭄피해가 심각한 상태다.

정연상 경남도 농정국장은 “선제적으로 용수공급대책을 추진하는 등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길수·김민진·류영신 기자

kks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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