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복 입은 김혜수, 인생 캐릭터 새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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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죄를 냉철하게 바라본 시간이에요. 촬영 현장에 서 있을 기운이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했어요.”

배우 김혜수(52)는 자신이 출연한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을 이렇게 돌아봤다. 지난달 2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 작품은 소년부 판사들이 마주한 소년범죄의 실상을 비춰 우리 사회의 책임을 되묻는 10부작 드라마다. 김혜수는 극 중 소년범 전담 판사인 ‘심은석’을 연기했다. 김혜수는 이 드라마를 “소중한 작품”이라고 말하며 “제대로 잘 해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소년심판’ 판사 역
법관 10여 명 만나 캐릭터 준비
6개월간 촬영본 ‘확인 또 확인’
“사회적 메시지 담은 작품 소중
어느 작품보다 무거운 책임감”

이 작품은 소년범이 저지르는 절도와 폭행, 강간, 살인, 성착취 등 각종 강력 범죄를 비춘다. 김혜수가 연기한 판사 심은석은 “소년범을 혐오한다”고 말하며 “법이 얼마나 무서운지 가르쳐야 한다”고 말하는 인물이다. 누구보다 엄정하고 단호한 판결을 내리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하지만 심은석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을 그런 환경에 내몬 어른들의 무책임과 사회 시스템을 함께 고민한다.

김혜수는 “그 어떤 작품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메시지 전달에 진정성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을 마치면 집에 돌아와 촬영했던 걸 다시 확인하고 또 준비했다”며 “이걸 6개월간 반복했다”고 했다. 버틸 수 있었던 건 이 작품의 메시지 덕분이었단다. 김혜수는 “이 작품은 우리 사회가 가진 현실적인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며 “제대로 만들어져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실제로 조금이나마 사회가 개선되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심은석은 소년범죄를 혐오하면서도 그 실체를 냉철하게 바라보려고 하는 인물이에요. 소년범죄를 어떻게 봐야 하고,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같은 것들은 이 작품의 주제를 관통해요.”

이 드라마는 만 10살 이상 14살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상 처벌하지 않는 ‘촉법소년’ 문제를 비롯해 소년범죄 관리 인력 부족과 예산 부족 등 현실을 두루 비춘다. 각종 제도 보완의 필요성도 이야기한다. 김혜수는 “소년범죄와 소년범이 단순한 논리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며 “소년범죄가 왜 발생하는지 들여다보고 법 개정을 뒷받침해주는 시스템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산과 인력도 따라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극 중 촉법소년 에피소드는 최근의 실제 사건을 토대로 각색했다. 김혜수는 전국 소년부 판사 10여 명을 만나 인터뷰하고 재판을 참관하면서 캐릭터를 준비했단다. 그는 “법정에서 소년범 뒤에 배석한 보호자들 반응과 태도를 유심히 바라본 것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판사 중에는 일부러 더 야단친다는 분도 있으시더라고요. 어른들한테 정말 혼나지 않아서 잘못했다는 걸 체감하지 못하는 소년범도 많다고 하셨어요.”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한 김혜수는 올해 연기를 시작한 지 36년이 됐다. 영화 ‘신라의 달밤’(2001)과 ‘타짜’(2006), ‘도둑들’(2012) 등 인기작에 여럿 출연했지만, 최근에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에서 주로 만날 수 있었다. IMF 금융위기를 다룬 ‘국가부도의 날’(2018)과 소외된 여성을 그린 ‘내가 죽던 날’(2020) 등이 그렇다. 김혜수는 “의도한 바는 전혀 없다”면서 “언젠가부터 그냥 진짜로 머리가 아닌 가슴이 움직이는 대로 한다”고 했다. “배우로서 오랜 시간 저를 드러내왔어요. 제가 맡은 역할 중엔 어른으로서 이상적인 모습을 담고 있는 것들이 있었죠. 하지만 실제 저는 제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지 않은 면이 있어요.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제 앞에 당면한 것들에 최대한 집중하면서 성숙해지길 바랄 뿐이에요. 이 나이를 먹고도 이렇네요.(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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