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사직구장 리모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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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주요 도시에는 같은 ‘사직동(社稷洞)’ 이름이 붙은 동네가 여럿 있다. 나라와 백성의 태평을 위해 사(社·토지 신)와 직(稷·곡식 신)에 제사를 지낼 용도로 조성한 제단인 사직단에서 유래했다. 국가 중요 시설인 사직단은 조선 초에 이르러 전국 주요 지역에 세워졌다. 부산에도 동래현 서쪽에 사직단을 두었다고 하는데, 현재의 사직동이 있게 된 계기다.

하지만 지금 사직동의 그러한 의미를 아는 시민은 많지 않다. 그 자리엔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의 홈구장인 사직구장의 존재와 이미지가 대신 들어서 있다. 예전 땅과 곡식의 경건함을 기리는 곳에서 지금은 시민의 정신적 여유를 생산하고 즐기는 장소로 변했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모두 국가와 사회의 단합과 유지를 위한 필수 시설임은 거의 다르지 않다.

‘야도(野都) 부산’과 롯데자이언츠의 상징인 부산 사직구장은 지금은 오롯이 야구 경기장으로만 사용되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러한 것은 아니었다. 본래는 야구를 포함해 축구나 럭비 등 사실상 종합운동장 겸용으로 1985년 10월 완공됐다. 완공 이후 1990년대 초반까지 프로축구, 고교 축구나 대학 미식축구 경기도 심심찮게 열렸다. 실제로 1988년 4월 30일 당시 프로축구 대우 로얄즈와 현대 호랑이와의 경기 때문에 롯데 자이언츠의 홈 경기는 구덕야구장에서 열리기도 했다. 사직구장이 전용 야구장으로 사용된 것은 2008년부터였다.

개·보수 공사를 통해 종합운동장에서 전용 야구장으로 바뀐 뒤에도 사직구장은 근본적인 노후화로 크고 작은 공사가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부산 북항에 새 야구장 방안까지 꽤 구체적으로 나왔으나 실행되지는 못했다.

노후화한 사직구장은 롯데자이언츠의 수십 년간 부진과 겹쳐 시민들의 자존심까지 긁었는데, 최근 사직구장이 석 달간의 공사 끝에 대변신했다. 관중석과 타석의 거리를 좁히는 등 한눈에 경기장 전체를 볼 수 있도록 바꿨다고 한다. 올 시즌 부산 팬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이 벌써 그려진다. 새 시설에 걸맞게 롯데자이언츠가 ‘가을 야구’까지 펼쳐 준다면 팬들의 기쁨은 말할 것도 없고, 구장을 리모델링한 구단도 뿌듯할 것이다. 풍수지리학자에 따르면 사직구장은 종합운동장 구역 내에 쇠미산 금정봉의 기운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라고 한다. 올 시즌엔 롯데자이언츠가 새로 단장한 구장의 기운까지 받아 정말 일을 낼지(?) 두고 볼 일이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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