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꺼내든 ‘마지막 제재 카드’… 전 산업계 충격파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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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러 에너지 수출 차단 눈앞

미국이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을 차단하는 ‘최후 카드’를 빼들어 대한민국 산업계에 미칠 악역향이 우려된다. 8일 L당 2000원을 넘은 서울 한 주유소 안내판.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여파로 국제유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 등 서방의 ‘러시아산(産) 에너지 직접 제재’ 시나리오까지 거론되면서 산업계 전반에 고유가에 따른 충격파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또한 국내 휘발유 가격은 연일 천정부치로 치솟고 있다.

세계 각국이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제재 가능성에 대비해 일제히 대체 수급처를 찾아 나서면서 원유 등 에너지 수급난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원자재·연료비·물류비 삼중고
업계 부담 증가, 화학 등 직격탄
해운업계도 수익성 악화 우려

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부산지역 보통휘발유(이하 휘발유) 가격은 전날(1810.33원)보다 57.48원이나 폭등한 L(리터)당 1867.81원으로 치솟았다. 이달 들어 부산지역 휘발윳값은 지난 1일 L당 1734.51원에서 불과 일주일만에 L당 133원이나 급등했다.

이날 전국 휘발유 가격도 전날보다 32.27원 오른 L당 평균 1860.61원으로, 2000원 선 돌파가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러시아산 에너지 제재는 국제 원유시장의 불안정성을 확대시키는 데 더해 러시아산 원유·가스 등을 수입하는 유럽연합(EU) 등 서방에도 직접적인 피해를 주기 때문에 그간 도입 논의를 미뤄온 ‘마지막 카드’다.

특히 러시아는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 중 하나로 글로벌 시장에 하루 약 700만 배럴을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등 국제사회가 러시아산 원유 등 에너지 수입을 금지할 경우 한국 등 글로벌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러시아산 원유 수출 차단 시의 국제유가를 배럴당 200달러, JP모건은 185달러로 각각 예상했다. 러시아 측은 국제사회가 러시아 원유 수출을 금지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300달러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는 협박성 주장도 내놓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물류·연료비 등 고정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항공, 석유화학, 해운업계 등은 고유가로 연료비나 원재료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직격탄을 맞게 된다.

우선, 업황이 원유 수급과 직결돼 있는 정유업계는 단기적으로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재고 이익이 기대되지만, 고유가 장기화 시 수요 감소에 따른 피해가 예상된다.

국내 정유업계의 러시아산 원유 비중은 5% 남짓으로 미미하고 수개월 단위로 원유를 도입하기 때문에 러시아산 원유 제재가 현실화되더라도 당장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글로벌 정유사들이 대체 수급처를 찾아 나서며 국제유가는 계속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전자·반도체, 배터리 업계 역시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류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들 업계는 최근 글로벌 선사들이 러시아 노선을 속속 중단하고 있어 물류난까지 더욱 심화돼 이중고를 겪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물류난은 심화되고 있지만 물류비 부담은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아직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도 고유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장기적으로 전체적인 자동차 수요는 감소하겠지만 소형차 내지 친환경차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화학·항공 등 업계도 국제유가 고공행진에 따른 원자재, 연료비, 물류비 상승으로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당장 화학업계의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달 첫째 주 나프타 가격은 톤(t)당 1112달러로, 주간 기준으로 22.1% 상승했다.

해운업계도 비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의 연료 사용액은 2020년 기준 5000억 원이었지만 국제유가의 지속적 상승으로 인해 지난해 3분기 기준 비용은 6800억 원까지 치솟았다.

한편,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가격은 전날(7일) 기준 배럴당 125.2달러로 하루새 16.35달러나 급등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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