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소음 걱정 없는 ‘온라인 유세’ 대세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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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 달라진 선거 현장

20대 대선은 유력 후보들의 진흙탕 공방에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 불리기도 했지만,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선거를 향한 열기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 뜨거웠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이 많아지면서 선거운동의 풍경도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다.

시민들은 ‘공정’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하며, 불법 유세 행위에 신고를 마다하지 않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지난달 15일 부산에서 선거 유세를 벌이다 ‘혼쭐’이 난 일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가 ‘라보’ 화물차 짐칸에 올라타 선거 유세를 벌이자 이를 본 시민이 국민신문고 민원을 제출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짧은 영상·전용 앱 적극 활용
거리유세 관심은 예전만 못 해
불공정 선거운동엔 ‘시민 혼쭐’
위법 증거 제출, 적극 민원 제기

과거 트럭 유세는 선거철이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거리의 풍경이었으나 이번 대선을 계기로 앞으로 더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차량 짐칸에 사람을 태우고 운행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민원을 제기한 시민은 “법규를 철저히 준수해야 할 공당의 대표가 경솔한 행동을 한 것이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이처럼 해묵은 ‘선거 관행’에 대한 시민사회의 지적은 점차 본격화되고 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3일까지 경찰에 접수된 선거 운동 관련 민원은 324건이며 특정 정당에 국한되지 않는다.

과거에도 유세 차량으로 인한 교통 문제, 대형 스피커를 이용한 유세 소음 문제 등이 단골 민원으로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감정적인 민원을 내기보다는 위법 여부를 겨루거나 블랙박스 영상 등 증거를 제출하는 등 한층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부산의 한 경찰서 관계자는 “관련법 몇 조를 어겨 위법이니 처리해 달라는 식의 민원이 최근 들어 많이 접수된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은 어느 때보다 공정이라는 가치에 중점을 두고 후보들을 저울질했다. 이런 경향은 세대가 따로 없었다. 선거 과정에서 유력 후보들의 특혜, 편법 의혹 등이 불거질 때마다 지지율이 널뛰기한 일이 공정을 더 없이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유권자의 등장’을 명확하게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본격화된 비대면 트렌드에 발맞춰 전통적인 거리 유세만큼이나 치열한 비대면 선거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대선에 나타난 큰 변화 중 하나는 선거 운동이 TV에서 유튜브로, 거리에서 휴대전화 안으로 옮겨왔다는 점이다. 디지털 환경을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디지털 네이티브’ Z세대(18~29세 유권자)부터 ‘디지털 큰손’으로 떠오른 40~50대를 잡기 위해서 후보들과 정당들도 비대면·온라인 콘텐츠에 역대 어느 선거보다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최근 대세 온라인 콘텐츠로 꼽히는 ‘숏폼’(길이 1분 이내 짧은 영상)과 전용 앱을 활용한 유세가 두드러졌다. 온라인에서 화려한 유세전이 펼쳐지자 오히려 전통적인 거리 유세에 무미건조한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집집마다 종이로 전달되는 선거 공보물도 일부 Z세대 유권자들에게는 형식적인 서류에 불과하다.

부산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그렇다고 거리 유세가 사라지거나 그 중요성이 쉽게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이번 대선에서 선거 운동의 양상은 크게 달라졌다”며 “유권자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새롭고 다양한 방식의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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