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은 비수도권 희생으로 성장… 강력한 분배 시스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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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통일한국연구원 주최 ‘균형발전·대도시혁신’ 토론회

지난달 29일 부산대 통일한국연구원이 주최한 ‘국가균형발전과 대도시혁신정책 대토론회’ 모습. 유튜브 캡처

수도권 초집중 현상에 맞서 비수도권 선두 도시인 부산의 대응전략을 비롯한 대도시의 혁신정책을 모색해 보는 자리가 부산대에서 마련됐다.

부산대 통일한국연구원 산하 균형발전연구센터와 한국지리연구소는 지난달 29일 오후 4시 부산대 기계관 대회의실에서 ‘국가균형발전과 대도시혁신정책’을 주제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김기섭 통일한국연구원장은 개회사에서 “통일한국을 위해 미래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국가균형발전’이며, 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 상생전략 제시
지역상생기금보다 더 강한 제도 역설
박윤미 이화여대 교수, 축소도시 강조
미래 도시, ‘스마트 디클라인’ 주장

토론회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박윤미 이화여대 미래사회공학부 교수는 ‘대도시의 미래, 축소도시 지향’을 주제로 해외 사례와 최근의 연구 동향을 소개했다. 박 교수는 성장 중심의 기존 도시계획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향으로, ‘스마트 디클라인’(Smart Decline) ‘라이트 사이징’(Right-Sizing) 등 축소도시 지향 개념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박 교수는 “절대인구가 감소하는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한 다음 도시인구와 경제 규모에 맞춰 도시를 스마트하게 축소하는 방향으로 도시계획의 방향성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주거지역의 80%를 축소한 미국의 영스타운 등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이와 관련, 박 교수 연구진이 ‘축소지향 전략점수카드’를 개발해 한국의 인구감소 도시계획 대응 정도를 분석한 결과 부산이 65점대로 압도적인 1등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바닥을 치기 전까지는 대도시가 축소지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긴 어렵다”며 “스마트 디클라인을 이뤄 내려면 도시계획에서 ‘축소지향’이란 목표가 명확하게 설정·언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강연자로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가 ‘초광역권 활성화를 위한 두 가지 대전략’을 주제로 논의를 이어갔다. 마 교수는 “최근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이 부산을 주목하고 있다”며 “부산이 어떤 방식의 성장 전략을 짜느냐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4차 산업혁명 등 산업구조의 변화와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라는 두 가지 ‘메가 트렌드’는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흐름”이라며 “이 흐름에 어떻게 적응하면서 우리나라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 교수는 일자리와 입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고용주(기업)뿐만 아니라 근로자를 위한 인센티브가 다양해야 한다”며 “기업이 이전한 뒤 인재가 이탈하지 않고, 옮긴 지역에서 인재를 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특화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끝으로 “대도시, 중소도시, 농어촌 모두 콤팩트(거점)를 개발·관리하고, 연령별 전략에 따라 공간계획을 고민해야 한다”면서도 “거점 전략은 상생 전략이 밑바탕이 돼야 의미가 있고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 교수의 특별강연에 이어 박선엽 통일한국연구원 한국지리연구소장이 좌장을 맡은 종합토론에서는 김광회 부산시 도시균형발전실장과 정주철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참여해 박 교수, 마 교수와 함께 논의를 이어갔다.

축소지향에 대해 김 실장은 “축소도시는 중립적으로 들리지만 굉장히 고통스러운 말”이라며 “청년층은 떠나고 노년층 위주로 남게 될 경우 도시의 지속가능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최근 부산시 도시기본계획 방향성에서 계획인구를 과거처럼 많이 늘리지 않고 350만 명으로 하는 등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다”며 “부산도 축소도시 개념과 유사한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거점전략과 맞물린 상생전략에 대해 서울의 재산세 공동과세제도를 예로 든 마 교수는 “서울 일자리의 3분의 1이 몰려 있는 강남 3구는 주변의 희생을 통해 거점이 됐다”며 “수도권의 힘만으로 수도권이 잘나가는 게 아니기에, 지금의 ‘지역상생기금’보다 강력한 분배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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