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수완박' 공포, 신구 권력 갈등 갈 데까지 가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더불어민주당이 절대다수 의석의 힘으로 밀어붙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3일 공포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열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건의 검찰제도 개편 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 없이 공포했다. 이로써 74년간 유지된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이 크게 바뀐다. 공포된 법안은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해 검찰 수사권을 크게 축소하는 검찰청법 개정안과 검찰의 별건 수사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다. 이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센 가운데 법안 공포가 이뤄지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이 강력 반발해 신구 권력 간 갈등이 증폭될 전망이다.

여야 갈등 고조돼 정국 혼란 우려
국민 피해 막을 대안 마련 급선무

검찰청법 개정안 공포로 현재 검찰이 가진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은 부패·경제로 축소되고, 이마저 내년에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한국형 FBI)에 넘겨야 한다. 검찰의 별건 수사를 금한 개정 형사소송법은 경찰의 송치사건에 한해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보완 수사만 검찰에 허용하고, 고발인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검찰에 이의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른 검찰의 힘을 완전히 빼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명분을 내세워 민주당이 만든 검수완박 법안은 그 취지에 공감한 문 대통령의 공포를 통해 완성된 셈이다.

하지만 입법 절차와 내용에 문제점이 많아 크게 아쉽다. 민주당은 검수완박이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데도 법안을 급조하느라 공청회 등 의견 수렴과 국민 공감대 형성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법안의 국회 처리를 강행하기 위해 안건조정위원회의 90일 숙려기간을 무력화하는 등 온갖 꼼수와 편법을 동원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특히 이번 정권의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는 법안이 공포됨으로써 범죄 피해자가 구제받을 기회가 사라졌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 때문에 유력 변호사단체는 헌법재판소에 헌법 소원을 내기로 했고, 한 시민단체는 위헌 소송에 나서기로 해 진통과 후유증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6일 뒤면 여당이 될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해 신구 권력의 갈등 고조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3일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정치적 이해득실을 위해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의 원칙을 무시했다”며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검수완박을 겨냥한 ‘형사사법 개혁을 통한 공정한 법 집행’을 11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발표해 민주당과의 마찰을 예고했다. 정국의 대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편으로는 검수완박 법안 공포로 국민에게 큰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수정·보완이 시급하다.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원활한 정권 이양과 협치를 통해 국민 권익을 보호하고 민생사건 수사와 범죄 피해자 구제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대안 마련을 서둘러야 마땅하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