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이야기] 두릅, 나무 꼭대기에 달린 채소… 단백질부터 비타민까지 각종 영양소 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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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시장에 나갔다가 두릅을 보았다. 어린 두릅은 3월 말부터 나왔을 터이지만 사실 두릅이 가장 통통하고 맛있는 시기는 5월이다. 살짝 데친 두릅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이 떠올랐다. 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서둘러 한 봉지를 챙겼다.

두릅은 온몸이 날카롭고 가시투성이인 엄나무의 어린 순이다. 그래서 ‘목두채(木頭菜)’라고도 부른다. ‘나무 꼭대기에 달린 채소’라는 뜻이다. 두릅은 옛날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표적 인기 봄나물이었다. ‘마지막 빨치산’으로 불렸던 고 정순덕(1933~2004년) 씨는 1989년 5월 8일자 <부산일보>에 실린 ‘지리산은 통곡한다-마지막 빨치산 정순덕의 증언’이라는 기사에서 ‘지리산에 지천으로 서생하는 나물이나 약초는…빨치산에게는 식용으로…적절히 쓰였다. 봄나물 중에서 가장 먼저 뜯어먹는 햇잎, 가시나무에서 자라나는 두릅’이라고 말했다.

두릅에는 재미있는 속설이 있다. 교통이 불편했던 먼 옛날 사람들은 이웃 마을에 가려면 산을 넘어야 했다. 당시 사람들에게 산은 신령스럽고 무서운 곳이었다. 호랑이, 늑대 같은 야수는 물론 귀신이 산을 떠돌아다닌다고 생각했다. 산을 넘는 사람은 산 입구에서 두릅을 따서 살짝 데쳐 먹었다. 두릅에 달린 가시가 초자연적인 힘을 발휘해 짐승이나 귀신이 해코지를 못 하게 막아준다고 믿었다. 물론 지금은 두릅을 먹고 산에 오르는 사람은 없다.

두릅이 초자연적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영양소를 풍부하게 포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두릅에는 단백질, 비타민C가 많다. 칼슘, 인, 철분, 비타민B1과 B2도 넘쳐난다. 두릅의 영양분은 생식기능을 활성화하기 때문에 당뇨, 간장병, 신경통에 큰 도움이 된다. 혈액 순환에도 좋다. 두릅나무에서 추출한 뷰탄올은 강한 항암효과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두릅나무 줄기 껍질과 뿌리 껍질은 신경쇠약, 관절염, 저혈압, 위궤양 환자에게 한약재로 사용된다.

두릅은 여러 가지로 조리해서 먹을 수 있지만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살짝 데친 다음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이다. 시인 고 월탄 박종화(1901~81년)는 ‘두릅을 좋아한다. 두릅나물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이란 글과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청담하고도 향기 높은 맛은 먹어본 사람이라야 알 수 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다른 조리법도 있다. 대표적인 게 두릅장아찌다. 두릅을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친 뒤 햇볕에 말린다. 너무 바짝 말리지 않고 수분을 조금 남긴다. 진간장에 다시마가루, 신선초가루를 넣고 달인 뒤 식힌다. 고추장으로 두릅을 버무려 통에 넣는다. 6개월 정도 지나면 제맛을 낸다.

남태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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