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제100회 어린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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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은 소파 방정환 선생과 색동회가 1923년 제정한 어린이날이다. 어린이의 지위 향상을 위해 만든 기념일이 올해 100회째를 맞았다. 현재 부산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어린이를 위한 크고 작은 행사와 문화·예술·체육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열리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에 따라 3년 만에 재개된 행사장에서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해맑고 즐거운 웃음소리가 어린이날 100년의 의미를 더욱 빛낸다.

우리나라에서 어린이를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이 싹튼 건 세계보다 빨랐다. 정부는 1957년 제35회 어린이날에 아동 보호를 위한 어린이헌장을 발표했다. 유엔이 만 18세 미만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려는 아동권리선언을 채택한 게 우리보다 2년 6개월 늦은 1959년 11월 20일이다. 이어 1989년 11월 20일 아동의 모든 권리를 규정한 세계 최초의 국제조약인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채택됐다. 이 때문에 유엔은 11월 20일을 ‘세계 아동의 날’로 지정해 기념한다. 훨씬 앞선 1924년 국제연맹이 채택한 국제사회 최초의 아동 권리 선언인 제네바선언조차 방 선생이 1923년 어린이가 마음껏 뛰놀며 건강한 심신을 다지라고 주창한 어린이권리공약에 비해 1년 느리다.

이같이 아동 권리에 관한 선구적인 우리 역사와 달리 어린이의 현실은 암울한 그늘도 있다. 과도한 사교육과 학업 경쟁 풍조가 아이들을 짓누르며 친구 사귈 틈도 없이 시간에 쫓기는 일상으로 내몬다. 2019년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인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35개국 10세 아동을 대상으로 실시한 ‘삶의 질’ 조사에서 한국은 31위에 그쳤다. 어린이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걸 말해 준다.

특히 아동에게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을 가하거나 아이를 방임하는 아동학대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3만 905건의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해 아동 43명이 숨졌다. 사망 아동은 2018년 28명, 2019년 42명 등 증가 추세다. 생후 16개월 유아를 상습 폭행해 숨지게 한 양모에게 지난달 28일 대법원이 징역 35년형을 확정한 속칭 ‘정인이 사건’이 대표적이다. 2000년 ‘아동학대 예방의 날’(11월 19일)을 도입한 취지가 무색할 지경이다. 저출산 시대에 어린이만큼 소중한 존재는 없을 게다. 이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성장에 국가 미래가 달렸다. 제100회 어린이날을 계기로 어린이 인권 신장과 아동학대 근절에 범국가적·사회적 노력이 요구된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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