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돌봄서비스, 기본과 혁신의 콜라보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김영미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가족의 안부를 챙기게 되는 5월이다. 긴 코로나19의 터널을 지나느라 그간 소원했던 지인들과 오랜만에 나눈 대화의 주요 이슈는 ‘가족 돌봄’이었다. 어린이집, 학교가 수시로 문을 닫으면서 자녀 돌봄으로 고군분투했다는 사연, 고령의 부모님이 코로나19에 감염돼서, 백신 후유증으로 아프셔서, 치매 진단을 받으셔서 돌봄 문제로 발을 동동 굴렀다는 사연들. 각양각색의 사연에서 공통으로 확인한 것은, 구멍 숭숭 뚫린 우리 사회의 돌봄 체계였다.

그동안 정부는 저출생·고령화에 대응해 돌봄 체계의 뼈대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 왔다. 2013년 실시된 무상 보육, 2008년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주요 뼈대가 되는 제도들이다. 도입 단계부터 좋은 돌봄, 지속 가능한 돌봄에 대한 충분한 숙의 과정과 준비를 거쳐 탄탄한 골격을 설계했으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돌봄서비스의 질보다는 양적 팽창이 우선됐고, 결과적으로 어린이집, 유치원, 요양병원·시설 등 서비스 제공 기관은 늘어났지만, 서비스 질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여전하고 돌봄 공백은 해소되지 못했다. 정부는 기관 보육의 틈새를 메우기 위해 아이돌봄지원사업을 확대했고, 노인요양시설의 문제를 보완할 대안으로 노인맞춤형돌봄서비스, 지역사회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 선도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폭증하는 다양한 서비스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도 역부족이었다.

저출산·고령화 돌봄 기관 양적 성장
정부 노력에도 질적 공백 해소 못해
다양한 서비스 욕구 충족엔 역부족

틈새 시장에 스타트업들 폭풍 성장
인적·물적 지원과 체계적 관리 필요
통합 플랫폼 구축 맞춤형 지원해야

공적 돌봄 체계가 기본 골격을 탄탄하게 갖추지 못하고 숭숭 뚫린 구멍을 충분히 메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틈새를 IT-디지털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들이 파고들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요양·간병이 필요한 어르신과 요양보호사, 간병인을 연결하는 돌봄 플랫폼 스타트업이 대표적이다. 접수, 대기, 조율 등의 복잡한 절차를 하나의 앱으로 모아, 돌봄 신청자가 지역, 시간, 개인의 선호 등을 입력하면 돌봄 제공자를 매칭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돌봄 제공자는 어르신의 수면 상태, 배변, 식사량, 기분 등의 기록을 온라인으로 보호자에게 제공한다. 어르신 대상 병원 동행 서비스, 홈트레이닝, 건강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와상 환자를 위한 스마트 대소변 처리기를 개발·판매하는 스타트업, 친구처럼 감성적 대화가 가능한 AI(인공지능) 어르신 말동무 인형을 개발·판매하는 스타트업 등 유형도 다양하다.

아이 돌봄·교육 영역도 코로나로 비대면 상황이 되면서, 틈새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폭풍 성장했다. 애널리틱스 AI기술을 적용해 부모와 아이 돌보미를 연결하는 플랫폼 서비스, 맞벌이 가정 아이들의 등·하원, 방과 후 놀이 및 돌봄서비스 지원, 초등학생의 온라인 수업을 돌봐 주는 플랫폼 서비스, AI 기반 온라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등 다양하다.

돌봄서비스 분야에 불어온 변화의 바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돌봄서비스의 산업화, 시장 확대는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으니 경계하고 막아야 할까. 혁신적인 민간 서비스 제공자들이 돌봄서비스 제공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할까. 이미 돌봄을 비롯한 사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폭증하고 있는 만큼, 변화된 시대와 사회 상황에 맞는 공공과 민간의 역할 재정립, 공공과 민간의 콜라보(협력)가 필요하다. 공공은 기본 인프라 구축을 통해 공공성을 확보하면서, 혁신적인 민간 참여를 적극 장려·지원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일차적인 돌봄 기관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인적·물적 지원, 책임 있는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인프라 구축에 대한 재정 지원은 중앙정부가, 서비스 전달을 위한 촘촘한 전달체계 구축과 인력 양성, 관리는 지자체가 담당해야 한다. 둘째, 공공 통합 서비스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수십만 명이 민간 돌봄서비스 플랫폼으로 몰린 것은, 공급자 중심의 산발적이고 분절적인 전달체계로 인해 정작 서비스가 필요할 때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몰라 헤매는 문제 때문이다. 통합 플랫폼은 이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민간 서비스 공급기관들이 양질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유인할 것이다. 셋째, 혁신적인 민간 주체들이 복지·돌봄 등 사회서비스 영역에 진입할 수 있도록 투자기금 조성, 규제 완화, 유인 제공이 필요하다. 현재 돌봄서비스 스타트업의 규모는 국민의 폭증하는 돌봄서비스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정보력과 구매력을 갖춘 국민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규모의 경제와 정부 지원을 통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복지·돌봄 기술 및 서비스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저출생·고령화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는 지금, 복지·돌봄서비스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