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노사 협상 최종 결렬… 9일부터 전면 운행 중단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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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잿값 인상으로 경영난을 겪는 부울경 철근·콘크리트 업체들이 계약단가 조정을 요구하며 6일부터 전면 공사 중지(셧다운)을 선언했다. 지난달 말 공사가 중단된 광주의 한 공사장. 부산일보DB

부산 건설 현장에 줄줄이 파업이 예고되면서 업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건설업계가 치솟은 원자재 가격과 역대급 물가 상승에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파업으로 공사기간이 늘어날 경우 현장 자체를 멈춰야 할 위기에 처했다. 부산시는 최대한 자율 조정을 유도하고, 갈등 장기화 때는 중재에 나설 방침이다.

전국건설노동조합 부산건설기계지부(이하 부산건설지부)는 레미콘 업체와 운반비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고 4일 밝혔다. 이에 따라 9일부터 부산과 김해, 양산, 진해의 공사 현장에서 레미콘 운행이 전면 중단된다. 부산건설지부는 6일 간부회의를 열어 이후 구체적인 파업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앞서 레미콘 기사들은 운반 횟수당 5만 원 선인 운반비의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했다. 2020년 부산건설지부는 2주 동안 파업을 진행해 8000여 곳의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노조, 5만 원 선 운반비 인상 요구
줄도산 위기 업계 “과도한 주장”
건설업계 “파업 장기화 땐 공멸”
시, 자율 조정 유도·모니터링 강화


반면 레미콘 업체들은 가뜩이나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며 ‘과도한 운반비 인상은 횡포’라고 맞섰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부산·경남 지역의 레미콘 업체 3곳이 영업을 중단했는데, 1998년 IMF 외환위기 때 폐업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부산경남레미콘협회 관계자는 “시멘트와 경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골재난까지 겹치면서 지역 소규모 업체 대부분이 고사 위기”라고 전했다.

원자잿값 인상에 따른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철근과 콘크리트 재료인 시멘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국의 철근·콘크리트 업체들은 건설사에 계약단가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광주 사업장이 파업을 한데 이어 부산지역 철근·콘크리트 업계도 6일부터 부울경 지역 100여 곳의 공사를 중단(부산일보 5월 3일 자 14면 보도)하겠다고 밝혔다. 정태진 부울경 철콘연합회 회장은 “공사비는 배 가까이 치솟았는데, 대형 건설사가 수년 전 계약한 금액을 고수하면서 하청업자에게 어려움을 전가시키고 있다”며 건설사에 고통분담을 요구했다.

철근 콘크리트업체뿐 아니라 지역 하도급업체 대부분은 물가와 연동한 계약단가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 전문건설협회 한종석 사무처장은 “자재 가격이 떨어지면 공사비 단가를 낮추고, 반대로 올라가면 공사비도 상승해야 한다”며 “공사를 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는 현재 상황에서 하청업자들은 도산을 하거나 파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지역 건설업체들은 “파업 장기화 때는 업계가 공멸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 건설업체 대표는 “파업이 길어져 현장이 멈춘다면 해당 업체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을 것이다. 결코 현장을 멈출 수는 없다. '공생공사한다'는 생각에서 노사가 서로 조금씩 양보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건설 현장의 갈등이 심화하자 부산시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민간 건설 현장의 갈등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발주처에 공정계약 준수를 독려할 방침이다. 또 각종 인허가 때 물가 변동에 따른 계약 조정을 명시한 표준계약서 사용을 안내하도록 구·군에 요청한다. 부산시 건설행정과 정병수 과장은 “최근 원자재 가격과 물가 상승은 외부 요인에 따른 것으로 각 주체가 고통을 나눌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자율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역 경제 전체를 생각해 합리적인 중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송지연 기자 s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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