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서방이 우리 영토 침공하려 해 우크라 선제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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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 러시아 모스크바 중심부의 붉은 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 군사 퍼레이드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의 원인을 서방 탓으로 돌렸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종전기념일(러시아의 전승절) 연설에서 “서방이 자국 영토를 침공할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서 ‘특수 군사작전’이 필요했다”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합리화했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이날을 맞아 우크라이나에서의 '특수군사작전'을 전면전으로 전환하거나 동원령을 선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푸틴 대통령의 연설에서는 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이날 로이터통신과 CNN방송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행사에서 이같이 말하며 우크라이나에서 한 군사 행동은 서방의 침략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시기적절하고 필요한 대응이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러시아 국경에서 위협을 조성하고 있었으며, 서방은 러시아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고 다른 계획이 있었다며 전쟁의 책임을 서방에 돌렸다. 또한 이날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기념하는 의미를 밝히며 "우리의 의무는 세계대전의 공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절 연설서 ‘시기적절’ 주장
“러시아·승전 위해 만세” 구호도
전면전이나 종전 언급은 없어
러 “차세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이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반군 세력에 대해 “여러분은 여러분의 조국과 그 미래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격려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를 위해, 승리를 위해, 만세”라고 구호를 외치며 연설을 마쳤다.

CNN의 국제외교 편집자인 닉 로버트슨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푸틴이 전장을 적어도 우크라이나 전체가 아닌 돈바스라고 부르는 방식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그의 연설이 러시아가 전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앞서 서방의 외신들은 이날 전승절을 맞아 푸틴 대통령이 전면전을 선언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고,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푸틴 대통령이 9일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했다. 이에 따라 이날 ‘푸틴의 입’으로 전 세계 이목이 쏠렸지만, 푸틴의 발언 중 그만한 폭발력이 있는 발언은 없었다.

러시아는 또 이날 차세대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 중이라고 러시아 관영 인테르팍스통신이 유리 보리소프 러시아 부총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보리소프 부총리는 “러시아가 공중, 지상, 해상에서 발사할 수 있는 차세대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군은 3월 19일과 20일 Kh-47M2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을 사용해 우크라이나 남서부 이바노-프란키우스크 지역의 미사일·항공기용 탄약이 저장된 대규모 지하 시설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극초음속 미사일이 실전에서 사용된 것은 이때가 세계 최초였다.

한편,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8일 러시아 경제의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위해 고립을 심화하기로 약속했다고 로이터, AFP통신이 보도했다. G7 정상들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화상 정상회의 뒤 공동 성명에서 러시아가 의존하는 핵심 서비스를 차단해 러시아 경제의 모든 부문에 걸쳐 고립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러시아 석유 수입의 단계적 중단 혹은 금지를 통해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을 점진적으로 중단할 것을 약속한다”면서 “우리는 시기적절하고 질서 있는 방식으로, 세계가 대체 물량을 확보할 시간을 주는 방식으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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