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교육 정책, 교사의 의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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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규 만덕고등학교 교사 전교조 부산지부 참교육실장

6월 1일, 전국 지방 선거가 치러진다. 이때 시도교육감도 선출한다. 부산에서도 두 명의 후보가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교육감은 교육자치법에 따라 지방 교육을 총괄하는 권한이 막대한 자리이다. 수조 원에 달하는 교육 예산과 교원 인사를 통해 부산 교육의 방향과 과제를 설정하고, 학교 교육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막대한 권한이 미치는 영향의 범위는 유치원생, 초중고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 교직원에 이르기까지 대다수 부산 시민의 삶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영향력이 큰 교육감 선거임에도 부산 교육정책은 늘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지 못했다거나, 학생들의 성장을 실질적으로 돕기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또한 현장의 필요와는 상관없는 교육청 사업이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 없이 만들어져서 교육 성과에 비해 예산 낭비가 월등히 높은 경우도 많았다. 코로나로 인한 학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원된 수학 AI 사업이 대표적이다. 학력 격차 해소라는 사업의 취지는 좋으나, 실제 교육적 효과는 없이 예산만 낭비하는 교육청 사업 앞에 교사들은 할 말을 잃었다. 차라리 그 예산으로 행정 인력을 지원해주면, 학생들과 마주 앉아 수학의 기초를 잡아줄 수도 있겠다는 한숨 섞인 희망을 말하는 교사들도 많았다. 또한 어느 학교는 당장 학교 화장실을 정비해야 했음에도 예산이 없다며 지원하지 않고, 수억 원의 예산을 내려 블렌디드 수업 기자재를 구입하라고 해서 결국 화장실 정비는 한없이 미뤄진 곳도 있었다. 이는 현장의 요구와 상관없이 교육청 사업이 집행돼서 발생한 문제다.

부산교육청은 해마다 부산교육계획을 발표한다. 이 계획 역시 교육청 관료 중심으로 짜이고, 학교는 이 계획을 바탕으로 학교교육계획을 고민한다. 그런데 교육청이 발표한 교육계획이 현장에 발 딛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교육감이 기자회견을 하고 공문으로 학교에 알려도 학교 현장은 그것을 제대로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학교 구성원의 고민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4대 역점과제와 8개 주요 추진정책이 발표되었지만, 학교교육과정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주로 세간에 알려지는 것은 스마트기기 보급, 체험시설 확충, 학교공간혁신 같은 전시성 사업 중심이고, 실제로 학생들의 삶과 연관된 교육활동과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지원내용은 별로 없다. 그러니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청이 발표하는 교육계획을 눈여겨볼 필요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셈이다.

이처럼 부산교육청의 교육 정책과 학교현장의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는 현장 교사의 필요를 확인하고 교육 문제의식을 알고자 하는 교육청의 노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민선 교육감의 역사도 20년이 넘었다. 어차피 교육감 선출은 전 시민적인 관심과 투표 참여 속에서 이뤄질 것이다. 이제는 교육정책을 수립할 때, 교육전문가인 교사의 의견을 모으는 것으로 한 단계 발전할 때다. 그래야 학교 현장의 교육활동을 내실있게 뒷받침하기 위한 교육정책이 마련될 것이며 그것이 학교교육과정에 녹아들어 학생들의 삶에 연결될 것이다. 그 결과 비로소 부산교육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전교조 부산지부는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현장 교사의 교육정책 제안을 받아 부산교사 투표를 진행하고자 한다. 기간제, 신규, 교과와 비교과 교사 등 모든 교사가 각자의 위치에서 더 나은 교육정책을 제안하고, 교사들이 우선해야 할 부산 교육 정책을 투표로 정할 것이다. 현장에서 시작한 교육의 고민은 반드시 현장 교육활동으로 이어질 것이고, 그만큼 학생들의 삶의 변화와 성장을 돕는 교육활동으로 구체화할 것이다. 교육감 후보들도 이번 교사투표의 결과를 눈여겨보아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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