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66) 화려한 불꽃과 전쟁의 굉음… 지금 이곳의 현실감, 김성연 ‘불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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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부산에서는 참여정부 최대의 외교 행사인 APEC(아·태 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정상회의의 부대행사로 시작된 불꽃축제. 지금은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이며,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관람 기록을 세우는 대한민국 최대 불꽃축제로 진화했다.

김성연의 ‘불꽃놀이’는 2005년 APEC 정상회담 당시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진행되었던 ‘불꽃놀이’를 소재로 삼고 있다. 총 상영시간은 4분 57초. 영상을 보면 단순히 행사를 기록한 듯 아름다운 불꽃놀이 장면이 펼쳐진다.

처음 작품을 보면 이 영상작품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한다. 하지만 가만히 사운드에 집중해 보면 불꽃이 터지는 소리가 아니라 총성, 포성, 폭발음 등 전쟁 상황을 암시하고 있는 것임을 알게 된다.

관객은 화려한 불꽃놀이와 대비되는 음향에서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불꽃놀이의 아름다운 이미지와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전쟁의 굉음’은 그 자체로 현실의 한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김성연의 작업 경향은 매우 다양하다. 영상, 사진, 설치, 회화를 아우르는 다층적 작업 양상을 보인다. 그는 사진과 회화를 결합하거나 도시의 풍경을 재구성하기도 했다. 작품을 포장하는 포장지에 주목하기도 했고, 사라져가는 동네 목욕탕의 굴뚝에 집중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에는 실재와 허상 혹은 현실과 욕망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아이러니한 이미지들이 섞여 있다. 작가는 일관되게 회화의 형식보다는 작품과 현실의 관계에 주목해왔다. 그런 면에서는 ‘불꽃놀이’는 현실적인 이미지와 가상의 사운드가 결합하여, 지금 우리가 사는 이곳의 현실감을 상기시키는 뛰어난 작품이다.

2006년에 제작된 김성연의 단채널 비디오 ‘불꽃놀이’. 대안공간 ‘반디’ 대표, 부산 국제비디오 페스티벌 대표, 월간미술 잡지 발행인, 평창비엔날레 예술 총감독, 부산현대미술관 관장 등 기획자나 행정가로 더 많이 알려졌지만 이 작품은 작가 김성연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 역량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양은진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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