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분위기 안 뜨는 부산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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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경 정치부 차장

6·1 지방선거가 꼭 2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부산 선거판 분위기는 여전히 살지 않는다. 3·9 대선은 전국적으로 불과 0.7%포인트(P) 차이의 진땀 나는 승부를 연출했다. 그러나 부산에서는 20.1%P 차로 제법 격차가 컸고, 지방선거도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한다.

부산 여야의 공천 작업도 잡음만 들렸을 뿐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장면은 거의 없었다. 국민의힘이 45세 이하 청년들로 구성한 공천관리위원회를 출범했을 때만 해도 일말의 기대감은 있었다. 지난 대선에서 2030 등 청년세대가 부각되자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개혁 공천을 천명하며 파격적으로 외부 공관위원 전원을 청년으로 꾸렸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앞두고 쇄신과 개혁을 들고나온 만큼 성공 가능성이 커 보이기도 했다. 선거 때만 되면 자동적으로 나오는 선수들을 배제하고 참신한 후보가 일부라도 포함될 것이란 전망이었다.

여야 공천과정 잡음만 무성, 유권자 무관심
국민의힘 청년공관위 개혁공천 결국 ‘헛구호’
민주당 대선 이후 무기력증, 돌파구 못 찾아
그나마 민주 구청장 몇 명 생존할지가 관심

그러나 청년 공관위원들은 현역 의원 앞에서 무력하기만 했다. 대부분 의원의 자기 사람 심기로 기초단체장·지방의원 공천이 끝났다. 부산 16개 구·군 중 국민의힘 현역 기초단체장이 있는 3곳을 제외한 13곳에 새로운 인물을 공천했지만, 상당수는 참신함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일부는 의원들이 만만하게 다룰 수 있는 인물을 낙점한 것에 불과했다. 누구를 꽂아도 쉽게 승리할 수 있다는 오만함을 여지없이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다. 이 과정에서 잡음도 잇따랐다. 연일 출마 선언 못지않게 공천 탈락에 대해 성토하는 기자회견도 잇따랐다. 컷오프됐던 특정 후보가 되살아났다 결국 다시 배제되는 일도 벌어졌다. 공천에서 배제된 일부 후보는 현역 의원이 낙점하려는 후보 반대편을 지지해 경선 결과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여성과 청년 전문가들이 일부라도 발탁될 것이란 기대가 깨지면서 청년 공관위 내부에서도 바람잡이, 거수기 노릇만 하다 끝났다는 자조섞인 말도 나온다. 역량 위주의 공천을 위해 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도입한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도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국민의힘으로선 대선 승리로 여당이 되면서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려는 후보들이 예상보다 적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국민의힘이 헛발질하는 사이 도전자 입장으로 바뀐 더불어민주당이 점수를 딴 것도 아니다. 대선 패배에 따른 무기력증에다 유력 인사들의 부산시장 출마 포기로 선거 분위기를 끌어올리지 못한다. 김영춘 전 해수부 장관의 정계 은퇴 선언에 이어 3명의 현역의원과 김해영 전 의원, 류영진 전 식약처장도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유일하게 나선 변성완 전 시장 권한대행이 고군분투하지만, 국민의힘 박형준 시장이 등판을 미뤄 좀처럼 분위기를 띄우지 못한다. 중앙당과 현역 의원을 비롯한 지역위원장들이 2년 후 총선만 바라보고 지방선거에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는 내부의 쓴소리도 나왔다.

그나마 최근 부산 원내외 지역위원장들과 변 후보가 회동 이후 원팀 행보를 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민주당에 다소 비우호적인 부산 여론은 큰 걸림돌이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밀어붙이기로 지역에선 득보다 실이 많았던 데다, 대선에서 패한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곧바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등판하는 것이 부산 여론에 어떻게 작용할지도 변수다. 민주당 기초단체장 지방의원 공천은 신청자가 대거 몰린 국민의힘보다는 상대적으로 매끄럽긴 했다. 그러나 경선 지역에서는 어김없이 분란도 일었다. 특히 11명의 현역 구청장이 대부분 단수 공천을 받으면서 공천과정에서의 흥행은 실패했다. 지방의원의 경우 여성 청년 등 정치신인들의 발탁도 제법 있었지만, 유권자들의 관심을 받기엔 한계가 있었다. 지방선거가 대선 직후 치러지며 민주당이 공약 대결 구도로 선거판을 몰고 가기도 쉽지는 않다. 주요 부산 현안들이 대부분 대선 공약과 새 정부 국정과제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결국 4년간 인지도를 높인 현역 구청장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후보들이 개인 역량으로 국민의힘 후보와 맞설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지역 정가에선 부산 16개 기초단체장 선거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높은 지지율과 갓 출범한 윤석열 정부 컨벤션 효과까지 더해 여당의 석권을 예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기를 갖춘 민주당 후보들이 일부 지역에선 승리할 것이란 전망도 국민의힘 내부에서까지 나온다. 재미없게 진행되는 선거지만, 민주당 기초단체장 후보 중에 과연 몇 명이 생존할지가 그래도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 관전 포인트로 보인다.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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