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소개만으론 존립 한계…‘미래 모빌리티쇼’로 전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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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모터쇼, 업체 대거 불참

4년 만에 열리는 제10회 부산국제모터쇼가 개막을 두 달가량 앞두고 주요 업체들이 비용, 글로벌 전략 등을 이유로 대규모 불참을 선언하면서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다음 행사인 2024년 개최 여부도 불투명해지면서 부산모터쇼의 생존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개막 두 달 앞두고 흥행 빨간불
“서울모터쇼보다 총 비용 더 들어”
행사 위상 갈수록 추락, 변신 필요
인근 산업과 연계 이벤트도 중요

■부산모터쇼 대규모 불참 배경은

2018년 부산모터쇼에 참가했다가 올해 불참키로 한 업체들은 주로 비용문제를 들었다. 한국지엠과 아우디코리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등은 이 같은 내용의 답변을 했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모터쇼는 기본적으로 참가비와 장치비 등을 합치면 30억 원 안팎이 드는데, 부산모터쇼의 경우 서울모터쇼보다 운송비와 체류비 등으로 10억 원 안팎 더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산에 본사를 둔 르노코리아의 불참에 대해 비난의 쏟아지고 있다. 르노코리아차 측은 “2년 연속 적자에 하반기 선보일 신차도 많지 않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2013년 이후 9년간 누적 영업이익이 1조 8148억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최근 2년간 880억 원 적자로 모터쇼를 불참한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이가 적지 않다.

다만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경우 비용 문제보다는 ‘전통적인 지역 모터쇼 참가 불가’라는 본사 방침에 따른 불참이라고 설명했다. 벤츠코리아의 경우 지난해말 서울모빌리티쇼에는 참석해 부울경 시장을 홀대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는 수입차 2위 BMW코리아가 부산모터쇼에 계속 참가하고 있고, 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LPGA) 대회를 부산에서 개최하는 등 부울경 시장에 꾸준하게 투자하는 것과 대비된다.

벤츠코리아 측은 “부산에서 5억 원 이상 기부하는 ‘기브 앤 레이스’ 마라톤 행사를 매년 열고 있고, 7월엔 부산에서 전국 고객 초청 EQB 신차 행사를 대대적으로 가질 계획”이라면서 다른 방식으로 지역 고객들과 접점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자동차업계에는 기존 모터쇼 참가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 실제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모터쇼의 위상은 예전과 같지 않다. 서울모터쇼의 경우 2019년 21개 업체가 참가했다. 2021년 명칭을 ‘서울모빌리티쇼’로 바꾸는 등 혁신을 꾀했지만 10개 브랜드만 참가했고, 전시면적도 3분의 1로 줄였다.

부산모터쇼는 2014년까지 6회 연속 관객수 100만 명을 기록, 정점을 찍고 2018년엔 관람객이 62만 명으로 크게 줄었다.

반면, 세계 최대의 IT·가전 전시회인 CES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자율주행 기술과 첨단 전기차 등을 이곳에서 선보이면서 ‘라스베이거스 모터쇼’라고 불릴 정도다.기존 모터쇼가 저물고 CES가 떠오르는 이유로는 자동차 업계의 전동화,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부산모터쇼 생존전략은

자동차 업계 안팎에선 기존 모터쇼들이 새로운 변신을 하거나 다른 생존 방식을 찾지 않으면 존립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한 신차 소개를 넘어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체험이나 문화콘텐츠와의 결합, 인근 산업과 연계 이벤트 마련 등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이항구 연구위원은 “디트로이트모터쇼가 인근 자동차 공장들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LA오토쇼는 첨단기술을 내세워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만큼 부산도 인근 울산, 진해, 창원 등지의 자동차 공장들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고민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부산모터쇼의 주최사인 부산시와 총괄주관사인 벡스코 측은 “장기적으로 관계기관, 전문가 등과 함께 대책 마련을 통해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전시회 프로그램을 기획하겠다”고 밝혔다.

배동진·김종열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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