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년 만에 기지개 부산모터쇼, 활기 찾기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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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부산국제모터쇼가 7월 개막을 앞두고 위상이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이다. 주요 업체들이 비용과 전략적 측면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했는지 잇달아 불참을 선언하고 나선 까닭이다. 참가 의사를 밝힌 곳은 국내 완성차로는 현대차와 기아·제네시스, 수입차는 BMW와 미니·롤스로이스 등 6개 브랜드에 2개사에 불과하다고 한다. 모터쇼 10회째 만에 찾아온 최대 위기로, 당장 2024년 개최 여부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는 자동차 산업의 재편과 기존 모터쇼 자체의 위상 하락이라는 시대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 4년 만에 기지개를 켠 부산모터쇼가 살아남으려면 이에 걸맞은 혁신적 변신을 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업체들 잇단 불참 규모 축소 불가피
기존 방식 탈피 혁신적 변화 꾀해야

올해 행사는 직전 대회였던 2018년 모터쇼에 국산 완성차 8개, 수입차 11개 등 총 19개 브랜드가 참여한 것과 비교하면 그 규모가 너무 크게 줄었다. 수입차 1위 업체로 부울경 지역에만 연간 2만 대에 가까운 물량을 판매하는 메르세데스-벤츠와 본사를 부산에 둔 르노코리아의 불참은 특히 볼썽사납다. 지난 9년간 1조 80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 실적을 거둔 르노는 최근 2년간의 적자를 이유로 부산의 대표적 행사를 외면했다. 부산에서 막대한 이윤을 거두면서도 마라톤 대회 말고는 이렇다 할 사회 환원이나 지역공헌에 관심이 없는 벤츠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민간 기업이고 외국 업체라 해도 소비자의 사랑을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다.

이런 서운함과는 별개로 모터쇼의 위상 하락이라는 시대 흐름을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부산모터쇼는 2014년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위상이 축소되는 모양새다. 서울모터쇼를 비롯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모터쇼가 모두 그런 추세다. 대신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의 위상이 놀라울 정도로 높아졌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내연 기관 중심에서 모빌리티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자동차 업계가 전동화와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로 빠르게 변신하는 마당에 단순한 차량 전시로 과거에 머물러 있는 기존 모터쇼가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부산모터쇼 역시 이런 흐름에 발맞춰 새로운 변신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이미 국내외 모터쇼들은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체험, 문화 콘텐츠와의 결합 등 다른 생존 방식을 찾아 나선 지 오래다. 해외 모터쇼의 경우 인근 자동차 공장과 관련 산업을 연계한 프로그램들로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고 한다. 부산모터쇼를 주최하는 부산시가 체질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모터쇼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 완성차나 부품업계뿐만 아니라 통신, IT, 에너지 기업 등을 아울러 미래차의 비전을 밝히고 미래 모빌리티쇼로의 발전 가능성을 도모하는 것이 핵심이다. 부산모터쇼는 전통과 혁신의 갈림길에 섰다.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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