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로 러시아 조업 ‘빨간불’… “명태, 금태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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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제정세 악화가 장기화됨에 따라 원양 명태 조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5월 중순 명태 국적선 조업을 앞두고 러시아 정부에 입어료를 송금해야 하는 데 이마저도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

해양수산부는 5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명태 국적선 조업을 앞두고 러시아 정부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명태는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수산물 중 하나로, 자원고갈 상태라 국내에선 2019년부터 명태 포획을 금지하고 있어 전량을 수입 혹은 원양어업에 의존한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명태 중 80%가량이 러시아산이고 나머지는 미국산이다. 원양산 명태의 경우 러시아-한국 합작선이나 한국 국적선이 조업하는데, 이 중 국적선의 올해 조업 시작이 불투명한 상황인 것이다.

대러 제재로 ‘입어료’ 송금 못 해
국적선들 출항 못 하고 ‘발 동동’
국내 소비 80%가량 러시아산
수급 불안정에 가격 상승 곡선
정부 “조업 규제 없어 협상 중”

15일 한국원양산업협회에 따르면 아직 러시아 정부에 명태 원양 조업에 대한 입어료가 송금되지 않은 상황이다. 입어료는 다른 나라의 어업 수역 안에 들어가서 조업할 때 내야 하는 요금을 말한다. 통상 국적선 조업은 빠르면 5월 초 늦어도 6월에는 시작된다. 조업 시작과 별개로 일반적인 경우라면 5월 초 입어 허가를 받고 입어료 송금이 완료된 상태여야 하지만 현재는 허가만 받은 상태이며, 입어료 송금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대러 제재에 따른 대금 결제가 불가능한 상황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선사들의 입장에서는 조업을 못 나가면 정말 큰일이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초기 때부터 우려하던 상황이었는데, 정보가 제대로 잘 공유되지 않아서 불안감이 크다”고 전했다.

국적선 조업으로 생산된 명태가 한국에서 소비되는 명태 중 많은 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국적선 조업량이 명태 가격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 정부의 요청으로 한국이 원양조업으로 생산하는 명태 양, 즉 쿼터에 대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으나, 국적선 생산량은 합작선의 20%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국제정세 변화에 따른 수급 불안정으로 명태 가격은 계속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지난달 명태 도매가격은 kg당 2628원으로, 전월(2384원) 대비 10.2% 상승했다. 작년과 평년의 같은 시기와 비교해도 각각 23%, 24.7%나 올랐다. 명태 소비자 가격도 지난달(4018원) 대비 13%가량 올라 4530원에 형성됐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오는 불확실성에 도매상들이 명태를 미리 확보해두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적선 조업에 차질이 생길 경우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일단 조업에 대한 규제는 없는 상황이라 러시아 정부와 협상을 통해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수부 원양산업과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국내 피해가 없이 입어가 가능할 수 있도록 러시아 정부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며 “조업 시작은 늦어도 6월 초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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