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군에 양성평등 병과 신설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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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지 경남정보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UN평화유지군도 젠더 이퀄리티(Gender equality, 양성평등) 병과가 있는데, 우리 한국군도 젠더 이퀄리티 병과가 있으면 좋겠다.”

인용된 것은 해외 파병을 다녀온 A모 여군의 이야기이다. 남군 중심의 사고를 가진 지휘관의 경우, 자칫 여군에 대한 성평등 의식이 부족할 수 있다. 이럴 때, 미리 양성평등 관련 참모조언을 해줄 젠더 이퀄리티 참모가 있다면 지휘관의 지휘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더 나아가 군내 성 비위 사고도 줄일 수 있다. 젠더 이퀄리티란 말이 한국어가 아닌 외래어라 병과로 부르기 부담스럽다면 양성평등 병과로 개칭해서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날 군에서 여군의 비율이 점차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여군이 1만 2000여 명으로 8.1%였다면, 올해 국방부는 여군의 비율을 8.8%로 늘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육군 특전사령부를 비롯한 전투병과 각 부문에 여군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는 현실에서, 여군의 활약이 자연스럽게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군대는 남성 중심의 특수조직으로 운영되다 보니, 아직도 여군이나 여성 군 종사자들을 고려한 시설이 부재된 곳이 상존해 있다. 가령, 소초에 숙녀 화장실이 없어서 순찰가거나 출장(외근) 간 여군, 조리 여군무원 등은 용변을 참아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용변을 참아야 하는 환경 자체가 여군 출신 K씨는 직업병이 생길 수 있는 불합리한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국가기관 및 공공기관 어디를 가더라도 숙녀 화장실이 시설에 포함되어 있는데, 아직도 군의 경우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요즘 고속도로 휴게소만 가더라도 테마가 있는 ‘아름다운 화장실’이 즐비하다. 국방부 장관뿐 아니라, 각 군 총장(해병대사령관 포함)은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을 벤치마킹해서 우리 군에 적용하면 어떨까.

특히 여군들이 특전사령부 및 전투병과에 폭넓게 진출하는 시대다. 그런데 이들 여군이 출산문제와 육아문제로 겪는 고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군들은 결혼해서 아이를 가지게 되면 출산휴가를 가야 한다. 출산 후 아이를 돌봐 줄 환경을 갖추지 못하면 육아휴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출산과 육아휴직으로 생기는 공백은 다른 대체간부로 메꾸게 된다. 정작 육아휴직 후, 복귀할 시기쯤 되면 특전사의 팀엔 원복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대체간부가 빈 공백을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여군이 육아휴직 후, 소속부대에 복귀할 때 자신의 보직에 다른 간부가 있다면 어떻게 돌아갈 수 있을까. 이럴 때, 독립적인 젠더 이퀄리티(양성평등) 병과 여군 참모가 있다면 지휘관에게 적절하게 여러 방안을 가지고 참모 조언을 해줄 수 있다. 양성평등상담관의 임무는 양성평등 교육, 군내 성 비위 사건을 예방하고 피해자 상담과 보호 업무 등을 맡고 있다. 이들 양성평등담당관의 절반이 다른 직책을 겸직하고 있다. 겸직자의 경우엔 그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독립기구의 설치가 요망된다. 차라리 법적·제도적 개선을 통해 양성평등담당관을 젠더 이퀄리티 특파 병과로 전환하고, 지휘관의 특별 참모로 그 기능을 확대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육군의 감찰 특파 병과처럼 운용한다면, 야전에서 지휘관이 겪는 양성평등 지휘부담을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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