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출동 경찰, 왜 소극적으로 대응할까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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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의 피해자 가족대표와 법률대리인 김민호 변호사가 CCTV 영상 공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부산일보 DB 지난달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의 피해자 가족대표와 법률대리인 김민호 변호사가 CCTV 영상 공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부산일보 DB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등 최근 경찰의 잇따른 부실 대응 논란은 심리적 위축과 부정적 조직문화에서 기인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서대 경찰행정학과 황정용 조교수는 16일 ‘경찰의 물리력 수단 사용 기피원인에 관한 분석’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황 교수는 최근 경찰이 테이저건 등 물리력 수단의 사용을 지나치게 기피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경찰관들도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를 경찰관 개인의 소극성으로 치부하고 일선 경찰들의 각성만 촉구한다면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볼 수 없다는 것이다.


동서대 황정용 조교수 논문

“외부 비난 등 심리적 위축에

보호해 주지 않는 조직 문화 탓

흉기난동 사건 부실 대응 초래”

경찰 스스로 각성해야 지적도


황 교수는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으로 경찰의 부실 대응 논란이 불거진 인천의 현장 근무 경찰관 26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심층 면접 방식의 연구를 진행했다.

황 교수는 경찰들이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돼 있고, 부정적인 조직문화에 젖어 물리력 행사를 기피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심리적 위축 원인은 외부의 비난, 감찰조사, 민·형사상 책임, 과잉대응 인식, 법적 기반 미비 등이 있다.

한 경찰관은 “국민신문고, 기관 홈페이지 등 다양한 통로로 민원이 제기되고 관련 언론보도까지 겹치면 해당 경찰관은 각종 구설수에 오를 수밖에 없다”며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가정 폭력 현장에서 공무 집행을 방해한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등 법원과 국민의 인식이 경찰의 소극적 집행에 영향을 미친다”며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 이후에야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형태다. 선제적 대응이 가능하려면 공권력부터 확립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 강력한 물리력을 행사했을 때 ‘조직이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냉소주의도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경찰 조직 내에서는 ‘총은 쏘는 것이 아니고 던지는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대물림되고 있었다.

이에 황 교수는 사고 발생 시 진상보고 체계 개선, 공권력 확립 방안 마련, 면책조항 현실화, 법률지원 확대, 물리력 행사에 대한 합당한 보상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경찰 스스로 각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부산의 또 다른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위험에 처한 시민들의 신고를 일선 경찰관이 단순한 민원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며 “현장 파악 능력과 대응 능력 등을 경찰이 자체적으로 키우지 않는다면 이 같은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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