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출동 경찰, 왜 소극적으로 대응할까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등 최근 경찰의 잇따른 부실 대응 논란은 심리적 위축과 부정적 조직문화에서 기인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서대 경찰행정학과 황정용 조교수는 16일 ‘경찰의 물리력 수단 사용 기피원인에 관한 분석’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황 교수는 최근 경찰이 테이저건 등 물리력 수단의 사용을 지나치게 기피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경찰관들도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를 경찰관 개인의 소극성으로 치부하고 일선 경찰들의 각성만 촉구한다면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볼 수 없다는 것이다.
동서대 황정용 조교수 논문
“외부 비난 등 심리적 위축에
보호해 주지 않는 조직 문화 탓
흉기난동 사건 부실 대응 초래”
경찰 스스로 각성해야 지적도
황 교수는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으로 경찰의 부실 대응 논란이 불거진 인천의 현장 근무 경찰관 26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심층 면접 방식의 연구를 진행했다.
황 교수는 경찰들이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돼 있고, 부정적인 조직문화에 젖어 물리력 행사를 기피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심리적 위축 원인은 외부의 비난, 감찰조사, 민·형사상 책임, 과잉대응 인식, 법적 기반 미비 등이 있다.
한 경찰관은 “국민신문고, 기관 홈페이지 등 다양한 통로로 민원이 제기되고 관련 언론보도까지 겹치면 해당 경찰관은 각종 구설수에 오를 수밖에 없다”며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가정 폭력 현장에서 공무 집행을 방해한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등 법원과 국민의 인식이 경찰의 소극적 집행에 영향을 미친다”며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 이후에야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형태다. 선제적 대응이 가능하려면 공권력부터 확립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 강력한 물리력을 행사했을 때 ‘조직이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냉소주의도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경찰 조직 내에서는 ‘총은 쏘는 것이 아니고 던지는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대물림되고 있었다.
이에 황 교수는 사고 발생 시 진상보고 체계 개선, 공권력 확립 방안 마련, 면책조항 현실화, 법률지원 확대, 물리력 행사에 대한 합당한 보상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경찰 스스로 각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부산의 또 다른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위험에 처한 시민들의 신고를 일선 경찰관이 단순한 민원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며 “현장 파악 능력과 대응 능력 등을 경찰이 자체적으로 키우지 않는다면 이 같은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