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축제에 내놓을 수 있는 창원 전통주 개발이 목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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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이야기’ 허승호 대표

“전통주 불모지인 경남 창원지역 전통 술을 개발하고,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지난달 16일 경남 창원에서 개최된 ‘제1회 창원전통주 대회’를 주관한 ‘전통주 이야기’의 허승호(56) 대표. 그는 전통 술을 빚고 연구하는 ‘전통주 이야기’ 모임의 리더다.

이곳에는 창원지역 애주가(?) 400여 명을 비롯해 서울과 강원지역 전통주 마니아까지 활동하고 있다. 역사가 오래된 도시로 알려진 마산과 진해 등이 통합된 창원시는 개항도시인 만큼,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 술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독학으로 자신만의 제조기법 익혀
실습실 개관하고 전문인력 양성
‘제1회 창원전통주 대회’도 주관

하지만 창원을 대표할 만한 이름 있는 전통주는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원의 술! 뿌리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1회 행사까지 개최했지만, 정작 창원과 연관된 술 기록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허 대표가 전통주 대회를 개최하고 창원지역 전통주 연구에 나서게 된 이유다.

이 대회는 청주와 탁주 등 2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됐다. 출품된 술은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쌀·누룩·물만으로 빚은 전통주다. 대회에는 78주품이 출품돼 예선을 통과한 청주 21주품과 탁주 12주품 등 33주품이 본선에 진출했다.

출품작은 참새미, 원이주, 만사해법주, 천성별곡, 선리춘풍, 만향, 윤슬, 미정, 백년지기, 주향천리 등 각자의 특색을 가진 이름도 달았다. 심사기준도 색깔(10%), 향기(45%), 맛(35%), 상품화·대중화 가능성(10%) 등 ‘대한민국 명주대상’ 기준에 맞췄다.

그는 “대중화를 위해 일반인도 참가비 1만 원을 내고 개인 술잔을 가져와 본선에 진출한 전통주를 맛볼 수 있게 했다”면서 “출품자들이 자신이 만든 술에 대해 설명하고 의견을 나누는 ‘주담화’도 열었다”고 설명했다. 전통주 개발 못지않게 대중화를 위해 일반인을 참여시켜 행사 취지를 알리는 작업도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경북 안동 등 뿌리 깊은 고장은 그 고장을 대표하는 전통주를 갖고 있다”면서 “창원은 대표할 만한 전통주가 없어 해마다 국화축제와 벚꽃축제를 열면서도 전통주를 내놓지 못한다”고 말한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는 2017년부터 전통주 사랑에 빠졌다. 직장까지 그만둔 그는 창원시 의창구 북면에 전통주를 만드는 실습공간(전통주 이야기)까지 만들었다. 그는 막걸리문화촌 등을 방문해 전통주 제조기법을 배웠다. 또 독학으로 자신만의 제조기법도 익혔다. 독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서울에 있는 (사)한국전통주연구소(소장 박록담)에 수강생으로 등록해 5개월간 하루 8시간씩 열정을 쏟았다.

그는 “술은 단순한 알코올이 아니라 인간의 희로애락과 같은 핵심 문화가 포함돼 있다”면서 “전통주는 계절과 관계없이 그 맛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기술과 정성을 쏟아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2018년부터는 전통주 대중화를 위해 전문인력도 양성하고 있다. 전통주이야기는 전통주 입문반, 심화반 등으로 나눠 5개월 과정으로 진행된다. 올해까지 21기생이 배출됐다. 기수당 5~15명의 수강생이 참여한다. 수강생 대부분이 취미로 배우지만, 일부는 창업을 목표로 하기도 한다.

허 대표는 “창원을 대표할 수 있는 전통주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날까지 정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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