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외파생상품 규제와 거래정보저장소(TR)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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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08년 리먼 브러더스, AIG 등 대형 금융기관의 파산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져올 정도로 금융시장에 엄청난 족적을 남겼다. 이는 장외파생상품거래의 무분별한 확대에 따른 것이었다. 장외파생상품은 거래당사자끼리 계약조건을 자유롭게 정하여 거래하는 파생상품으로, 거래당사자 간 높은 상호의존성, 다른 금융시장과의 높은 연계성 등의 특성을 갖는다. 이로 인해 특정 금융기관의 리스크가 다른 금융기관에게 쉽게 전염되며, 나아가 시장 전체 리스크로 확대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시장참가자와 금융당국은 금융기관 간의 연결성에 대한 포괄적인 감독시스템의 부재와 특정 대형 금융기관의 잘못된 장외파생상품계약이 시장 전반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09년 9월 G20 정상들은 장외파생상품시장의 투명성·안정성 강화를 위해 ‘장외파생상품시장 개혁 권고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하였고, 이에 따라 도입된 새로운 금융시장인프라(FMI) 중 하나가 바로 거래정보저장소(TR)이다. 거래정보저장소는 금융기관으로부터 거래정보를 수집하여 관리하며, 감독당국의 정책 수행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통계정보를 일반대중에게 공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국내에서는 G20 합의사항 이행을 위해 금융위원회가 2015년 8월에 한국거래소를 TR 사업자로 선정하였고, 2021년 4월 1일부터 이자율·통화 관련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TR 의무보고를 개시하였다. 올해 1월 1일부터는 주식·신용·일반상품 관련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TR 의무보고도 시행되어 현재는 국내의 모든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정보를 TR에서 수집·관리하는 체계가 구축되었다.

실제로 1년간 TR 운영결과를 보면, 유럽의 경우 감독당국(ESMA)이 발표한 보고서 기준으로 거래당사자가 각각 보고한 거래정보가 동일한 거래에 관한 것으로 확인하는 연결률이 2021년 말 기준 약 60%를 기록한 것에 비해, 국내에서는 94% 연결률을 보이며 양질의 거래정보를 수집·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국내 TR에서 수집된 거래정보를 기초로 2022년 3월 말 기준 국내 장외파생상품시장의 거래잔액을 집계한 결과, 총 1경 4758조 원으로 이는 한국 GDP(약 2100조 원) 대비 약 7배에 달했다. 나아가 TR이 장외파생상품거래의 구체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이를 활용하여 시장에서 대형 금융기관은 누구인지, 대형 금융기관의 거래상대방별 익스포저는 얼마인지, 특정 상품에 대한 보유가 집중적인지 등 시장 전반의 다양한 네트워크 구조를 파악하고, 시장 전체의 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금융시장 전반의 연결성 확인과 전염 가능성에 대한 적시적 파악 등 예방적 위험관리를 통해 금융당국은 2008년과 같은 위기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선제적 또는 적시에 대응함으로써 금융시장의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

앞으로도 TR이 금융시장인프라로서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함은 물론, 금융기관은 정확한 거래정보를 보고하며, 금융당국은 TR에 수집된 거래정보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등 TR, 시장참가자, 금융당국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건전한 시장질서와 안정적인 금융시스템을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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